윤빛가람(22, 성남 일화)이 독기를 품다 못해 사활을 걸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7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시리아와 평가전에서 김기희의 헤딩 2골과 윤일록의 연속 골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는 최종 주인공은 총 18명. 이 중 와일드카드 2~3명과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에 합류해 있는 A대표팀 7명, J리거까지 고려하면 시리아전에 나서는 19인 중 많아야 7~8명의 선수 만이 런던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암초도 만났다. 홍명보호의 주장이자 주전 중앙 수비수인 홍정호(23, 제주)가 후방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며 낙마한 것. 이날 시리아전은 내달 3일 18인의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기 전 치르는 홍명보호의 마지막 실전경기였기에 '홍정호 대체자 찾기'라는 중대한 과제도 해결해야 했다.
'오매불망' 런던에 가려는 19인의 마음이 모두 같겠지만 유독 다른 선수들보다 절실한 마음을 드러낸 한 명이 있었다. 또래 선수 중 최고의 시야와 패싱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으며 승승장구했던 윤빛가람. 하지만 플레이 스타일과 포지션 상 겹치는 기성용-구자철의 올림픽 최종 엔트리 합류가 확정적임에 따라 런던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고 이는 곧 윤빛가람의 '절실함'으로 이어졌다.
윤빛가람도 시리아전에 앞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이러한 동기부여는 좋은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이날 박종우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출장한 윤빛가람은 특유의 넓은 시야에서 나오는 패싱 플레이로 중원사령관 임무를 수행해냈다.
전반 21분 시리아 골키퍼 선방에 막히긴 했지만 장기인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상대의 골문을 위협한 뒤 1분 뒤 서정진과 절묘한 2대1 패스를 주고 받는 등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선보였다.
전반이 끝날 무렵 정점도 찍었다. 윤빛가람은 한국이 1-0으로 앞서가고 있던 전반 45분 대포알같은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이를 상대 골키퍼가 간신히 쳐낸 것을 문전으로 쇄도하던 윤일록이 밀어넣으며 2-0을 만든 것.
골에 관여했던 것도 높은 점수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고무적인 것은 그동안 줄곧 지적받아 왔던 수비 가담에 있어 어느 정도의 합격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박종우에 비해 수비 지역에서의 활동량은 적었지만 평소 보이지 않던 적극적인 태클을 마다하지 않았고 때로는 수비 진영까지 깊숙히 내려와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 모습을 보이며 홍 감독의 마음을 잡으려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윤빛가람의 활약은 기록으로 나타났다. 전반 45분 동안 볼터치 41회, 36개의 패스 중 32개 성공, 2개의 슈팅 중 1개의 유효슈팅 등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
성남이 오는 9일 경남과 K리그 경기가 있어 후반전엔 경기장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윤빛가람의 빼어난 활약에 홍 감독은 풀타임 출전을 부여했다.
윤빛가람도 기대에 부응했다. 동료 공격수가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도움을 놓치긴 했지만 후반 23분과 26분 자로 잰 듯한 스루 패스를 선보이며 날카로운 발끝을 뽐냈다. 체력이 떨어진 후반 막판 어이없는 슈팅 2개를 날리긴 했지만 골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엿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어필한 윤빛가람이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최종 엔트리에 승선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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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