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답지 않았다. 투구도 투구이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답지 않게 자꾸 인상을 찌푸렸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이 또 한 번 승리를 놓쳤다. 팀 타선이 오랜만에 경기 초반부터 화끈하게 득점을 지원해주며 그의 부담을 덜어줬지만, 갑작스런 오른쪽 등 근경직으로 5회까지 4피안타 3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막고 마운드를 일찍 내려갔다. 7-3 상황에서 내려가 여유가 있었지만 한화 불펜은 4점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류현진의 승리를 날렸다.
1회 1번타자 전준우를 바깥쪽 꽉 차는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할 때만 해도 좋았다. 2회에도 1사 만루에서 신본기를 3루 앞 병살타로 솎아내며 실점없이 위기를 넘겼다. 3회에도 공 10개로 간단하게 삼자범퇴. 그러나 4회 첫 타자 홍성흔 때부터 직구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2회 최고 151km까지 나온 직구가 홍성흔 상대로는 140km-135km-130km-143km-142km에 그쳤다. 결국 볼넷 출루.

이어 강민호에게 140km대 초반 직구를 던지다 4구째 144km 직구가 가운데 높게 들어가는 실투가 되고 말았다. 결국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 홈런. 그러자 류현진은 후속 황재균을 146km 직구로 루킹 삼진 잡았다. 황성용을 상대로도 바깥쪽 146km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
그러나 5회부터는 더 이상 강속구를 뿌리지 못했다. 신본기와 조성환에게 볼넷을 줄때에도 그답지 않게 공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는지 직구가 스트라이크존을 빗나갔다. 손아섭의 땅볼 때 신본기가 홈을 밟으며 3점째를 준 류현진은 계속된 2사 2루에서 홍성흔을 몸쪽 낮은 커브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마운드에 내려올 때 류현진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결국 6회부터는 언더핸드 정민혁이 마운드에 올랐다. 총 투구수 88개. 올해 경기당 평균 111.2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의 시즌 최소 투구수였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1km가 나왔지만 3회 이후에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88개 공 중에서 스트라이크 48개, 볼이 40개로 비율이 엇비슷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도 38.1%(8/21)에 불과했다. 류현진답지 않은 피칭이었다.
알고 보니 몸이 좋지 않았다. 오른쪽 등 근경직. 등 근육이 경직돼 제대로 공을 뿌릴 수 없었다. 직구 스피드가 나오지 않자 피해가는 피칭을 했다.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대목. 지난해에도 류현진을 괴롭힌 건 왼쪽 등 견갑골 통증이었다. 이번에는 왼쪽이 아닌 오른쪽이지만, 등에 이상이 왔다는 건 달갑지 않은 신호. 승리를 날린 것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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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