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가 맞은 큰 위기를 런던행 티켓으로 극복하고 싶다".
상황이 좋지가 않다. 초반 소집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은 그렇다쳐도 당장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리그 종료 후 제대로 몸을 만들 여유도 없이 소집된 여자농구 대표팀은 한 달 반 남짓한 시간을 보내고 곧바로 터키 앙카라에서 열리는 런던올림픽 최종예선에 참가한다.
한 달 반이라고 했지만 지난 달 7일 소집된 이후로 최종 명단에 선발된 12명이 모두 모인 것은 지난 3일부터였다. 그나마도 마지막에 합류한 하은주의 경우 아직 몸이 반도 올라오지 않은 상태라 연습경기 등에는 참여가 불가능하다. 다른 선수들도 재활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급하게 몸을 끌어올리다보니 항상 부상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사실상 선수들 모두 체력보다 정신력으로 싸우고 있는 셈. 이호근 감독 역시 소집기간이 짧다는 점은 알고 있으나 "조직력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체력적인 부분이 문제"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 런던행 티켓을 반드시 따고 말겠다는 의지는 연습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격렬한 몸싸움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5일 일본프로농구 샹송화장품과 연습경기에서 선수들은 몸싸움과 신경전을 마다하지 않으며 뜨거운 열기와 집중력을 보였다.
여자농구대표팀에 있어 런던행 티켓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대표팀 선수들 모두 지금 여자농구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난 4월 부천 신세계 쿨캣이 갑작스럽게 해체를 선언하며 여자농구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해체 선언으로부터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대책이 없는 데다 김원길 WKBL 총재마저 연맹을 떠났다.
신세계 소속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김지윤(36)과 김정은(25)은 그래서 더욱 필사적이다. 5일 샹송화장품과 연습경기서 김지윤은 성치 않은 몸상태에 다리에는 테이핑을 하고서도 악바리처럼 뛰었다. 김정은 역시 몸사리지 않고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대표팀의 주장인 김지윤은 "소속팀 문제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에서는 올림픽에만 집중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개인적으로 마음이 편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씁쓸한 속내를 드러냈다.
김정은도 "신세계 해체로 WKBL이 위기를 맞았다. 반드시 런던올림픽 티켓을 따내서 여자농구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김지윤 역시 "큰 위기를 맞은 여자농구에 부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침체된 여자농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런던에 가겠다"며 간절한 소망을 담았다.
대표팀 선수들 모두 런던올림픽 본선 진출에 담긴 깊은 의미를 알고 있다. 여자농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런던행 티켓을 따겠다고 한 목소리로 외치는 이유다. 과연 이들이 꿈에도 그리던 런던행 티켓을 따내 여자농구를 되살릴 수 있을까. 절박한 바람에 기대를 걸어본다.
대표팀은 8일 오후 대진고등학교 농구팀과 마지막 연습경기를 갖고 4개국 친선대회와 최조예선 참가를 위해 13일 터키 앙카라로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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