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심이 151km’ 노경은, “2군행도 각오했었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6.08 06: 25

“절 가장 잘 아시는 분이시니까요. 그 선발 경기가 감독님의 배려였고 저도 그 한 경기에 대단히 집중했습니다”.
임시 선발로 나선 경기서 대박투를 선보였다. 비록 승리는 따내지 못했으나 최고 152km의 포심 패스트볼에 투심도 무려 151km까지 계측되었다. 계투로는 자주 던지지 않던 커브와 포크볼도 스트라이크존을 가르며 10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두산 베어스 셋업맨 노경은(28)은 그 화려한 투구 후 오른손 중지 끝에 물든 핏자국마저 소중하게 생각했다.
올 시즌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노경은은 현재 25경기 2승 2패 7홀드 평균자책점 3.41(8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최근 계투로서 제 구위에 자신감을 불어넣지 못해 주춤했던 노경은은 지난 6일 잠실 SK전에 선발로 나섰다. 이는 선발 보직 전환이 아니라 좋은 구위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시켜주기 위한 김진욱 감독의 배려였다.

선발승은 거두지 못했으나 결과는 대성공. 이날 노경은은 6⅔이닝 동안 3피안타(탈삼진 10개, 사사구 2개) 1실점 쾌투를 선보이며 맹위를 떨쳤다. 최고 152km의 포심 패스트볼에 투심이 무려 151km까지 찍혔다. 변화구 1옵션인 슬라이더도 140km까지 계측되었으며 커브, 포크볼의 움직임도 뛰어났다. 노경은이 상대 선발 마리오 산티아고에게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친 덕분에 두산은 연장 접전 끝 2-1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하루가 지나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노경은은 상기된 표정으로 훈련 중이었다. “구장 10바퀴 정도 돌았다”라며 숨을 몰아쉰 노경은은 갑자기 오른손 중지를 보여줬다. 손톱 옆에는 피가 배어나온 자국이 선명했다. “실밥을 훅훅 잡아채다보니 안에 실핏줄이 터진 모양이에요. 이쪽 보시면 약간 붉잖아요”. 공을 긁고 잡아채 던지는 순간 힘이 제대로 전달되었다는 증거다.
“예전에 2군에서 뛰면 7이닝 정도 소화하고 1,2실점 정도만 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그걸 1군에서 보여줬으니 제 자신이 뿌듯하더라고요. 투구수 7~80개 정도로 언질을 받았었는데 던지다보니 제가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5회를 실점 없이 넘기면 6,7회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100구 넘게 던진 것은 제가 자청한 일입니다”.
그가 마운드를 내려왔을 당시는 2사 1,2루로 두 명의 주자가 쌓인 순간이었다. 자칫 실점 위기였으나 뒤를 막은 홍상삼이 실점 없이 7회초 상대 공격을 끝낸 덕택에 노경은의 최종 실점은 1점에 그쳤고 패전 위기도 넘겼다.
“제가 남긴 주자였으니까요. 상삼이 공이 좋아서 점수를 내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상삼이가 못 막았어도 원망은 안 했을 겁니다. 제가 남겨놓은 주자였으니까 만약 모두 홈에 들어왔어도 제가 제대로 책임지지 못한 것을 탓했어야지요”.
완급 조절보다 있는 힘껏 자기 공을 던지는 데 주력했고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데 주력한 것이 노경은의 6일 호투 비결이었다. “상대가 나를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 투수로 인식하는 것 같아 커브와 포크볼 비중을 높여 던졌다”라며 경기 당시를 복기한 노경은. 사실 그는 선발 기회를 잡기 전 2군에 내려갈 수도 있었다.
김 감독은 노경은에 대해 “1군 선발 등판을 결정하기 전 2군으로 내려보내 몇 차례 선발로 투입한 뒤 1군으로 올릴까도 생각했었다”라고 밝혔다. 만약 노경은이 SK 3연전 돌입 전 2군으로 내려갔더라면 데뷔 후 최고의 선발 쾌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그 전에 2군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6일 경기를 망치고 내려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잡념은 버리고 선발 등판 경기에 계속 집중했고 제 공을 던지려고 노력한 것이 사실이에요. 감독님께서 워낙 절 잘 아시는 분이시니 저도 감독님을 믿고 던졌고. 감독님께서 배려해주신 덕택에 그렇게 한 경기나마 선발 기회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실패했더라면 그에게는 2군행과 구위 및 심리적인 조정 기간이 주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노경은은 벼랑까지 몰렸다가 자기 실력으로 다시 일어섰다. 노경은의 선발 쾌투는 기록되지 않은 선발승보다 더 값진 자신감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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