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투구 밸런스가 맞는 느낌이다. 릴리스포인트를 찾았다".
FA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좌완 이승호(31)의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된 느낌이다. 시범경기 때 구위가 올라오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었던 이승호는 결국 2군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그러다 지난달 9일이 돼서야 이승호는 첫 1군 등판을 했다.
1군에 올라온 직후에는 제구가 다소 불안했지만 이제는 완벽하게 페이스를 끌어 올린 느낌이다. 올 시즌 12경기에 출전한 이승호는 12경기에서 13이닝을 소화, 1승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 중이다. 볼넷은 총 8개로 많은 편이지만 피안타율은 2할1푼3리에 그치고 있다. 아직 최고 구속은 140km대 초반이지만 노련한 피칭으로 타자들을 상대한다.

특히 이승호는 지난달 13일 대전 한화전 이후 가졌던 8차례 등판에서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 1일 사직 넥센전에선 1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리도 따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이승호가 이제는 제 공을 찾았다. 구속이 올라오면서 직구의 볼 끝이 좋았다는 게 보인다. 구속이 올라오니까 체인지업 위력도 좋아졌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다만 기용 방법에 대해선 "공이 좋아졌다고 당장 필승조로 올리진 않을 것이다. 일단 감각을 찾기 위해 많이 던지는 게 중요하다. 부담 없는 상황에서 던지도록 한 뒤 차차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주형광 투수코치 역시 "이승호는 이제 거의 정상이라고 할 정도까지 올라왔다. 원래 하던 가닥이 있던 베테랑 아니냐. 원래부터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이제야 제 자리로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며 기대를 추지 않았다.
이승호가 이제껏 부진한 건 겨우내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양 감독은 이승호가 시즌 초반 부진할 때에도 "FA 때문에 한 2개월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 했다고 들었다. 어디가 아파서 그런 게 아니니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해왔고, 이승호 본인 역시 "훈련량 부족이다. 지금에야 평년 개막전과 같은 컨디션까지 올라온 것 같다"고 말한다.
이승호는 FA 협상 등으로 본격적인 훈련 돌입시기가 늦었다. 해외 전지훈련 시기가 돼서야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는데 이는 평년보다 2개월 가량 늦은 것이다. 개막이 4월이었으니 6월인 지금에야 정상 컨디션으로 올라온 게 이해가 간다.
선수 본인은 최근 구위가 올라온 것에 대해 릴리스포인트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승호는 "이제까진 릴리스포인트가 안 잡혔다. 한 번은 공을 앞에서 놨다가, 또 한 번은 공을 뒤에서 놨다가 하는 등 릴리스가 제멋대로였다. 그런데 이제야 릴리스포인트가 잡히면서 공에 힘이 실린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 겨울 이승호는 롯데 입단이 결정되며 선발 전환의 뜻을 내비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상태로는 선발을 이야기 하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하며 "내 임무는 뒤에서 팀 승리를 지키는 것이다. 앞으로도 선발 보다는 뒤에서 던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 밝혔다.
출발은 한 달가량 늦었지만 페이스가 나쁘지 않다. 지난 겨울 잃어버렸던 2개월을 시즌 개막 후 정확히 두 달이 지나서야 찾았다. 이승호가 롯데 불펜의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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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