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이상으로 아픈 통증. 6월에 상승세를 타던 한화에 다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에이스가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한화는 지난 7일 대전 롯데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5-0으로 리드하던 경기를 7-9로 내줬다. 9회 1점차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역전당했다. 6월 이후 상승세를 타던 팀의 좋은 흐름이 끊긴 패배. 그러나 패배보다 더 아픈 게 있었으니 바로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의 등 근경직이었다.
올 시즌 가장 긴 6일간의 휴식을 취하고 이날 7일 만에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그러나 평소답지 않았다. 2회까지는 최고 151km 강속구를 뿌렸지만 이후 볼 스피드가 떨어졌다. 스피드가 떨어지자 제구도 흔들렸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38.1%(8/21)에 그칠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이 되지 않았다. 88개 공 중에서 스트라이크 48개, 볼 40개로 비율이 비슷했다. 그만큼 컨트롤이 들쭉날쭉했다.

류현진답지 않게 마운드에서 표정도 자주 일그러졌다. 알고 보니 몸이 아팠다. 경기 중반부터 오른쪽 등에 근육경직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담'으로 전해진 그의 통증은 등 근경직으로 예상치 못한 5이닝-88구 강판을 불렀다. 코칭스태프는 선수보호 차원에서 류현진을 과감하게 일찍 내렸지만, 한화 불펜은 4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했다.
그의 통증이 '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불안하다. 류현진은 지난해에도 등에서 찾아온 부상으로 고생했다. 지난해 6월28일 문학 SK전에서 5이닝 동안 75개 공만 던지고 왼쪽 등에 담 증세를 보이며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이후 '등 견갑골' 통증이 밝혀졌다. 삼각형 모양의 어깨 뼈가 붙어있지 않은 채 벌어졌고, 공을 던질 때마다 통증을 야기했다.
이후 류현진이 다시 마운드에 오르기까지 19일이 걸렸다. 구원으로 복귀했으나 8월2일 대전 롯데전에서 통증이 그만 재발했다. 결국 한화가 한창 순위 다툼을 하던 7~8월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야 했다. 두 달 만에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해 두 자릿수 승수를 챙겼지만 그에게나 팀에게나 아쉬움을 가득 남긴 부상이었다. 그래서 올해 류현진이 목표로 세운 것도 '부상없는 시즌'이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철저한 휴식과 재활 치료로 회복된 류현진은 스프링캠프 때에도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올해 11경기에 나와 리그에서 두 번째 많은 75이닝을 던지며 1200개 공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투구수 109.1개. 데뷔 후 가장 빠른 탈삼진(98개) 페이스를 보일 정도로 스스로 직접 해결하는 힘의 피칭을 펼쳐왔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그의 체력이 지쳤다는 판단 아래 지난 6일 예정이었던 선발등판도 하루 뒤로 미뤘다.
그래서 이날 류현진의 등 근경직은 더욱 당혹스러웠다. 지난해 그를 괴롭힌 견갑골 통증은 왼쪽 등이었다. 이날 통증은 오른쪽 등에서 찾아왔다는 점에서 다행이지만 같은 등 부위라는 점에서 일말의 불안감을 남기고 있다. '근경직'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쥐가 나는' 현상으로 일종의 피로 현상이다. 움직이지 않을 때에는 괜찮지만 관절이 움직이거나 피부 자극을 받을 경우 나타나는 증상. 극심한 운동량과 스트레스가 근육 피로의 주원인이다.
만약 류현진의 통증이 길어진다면 최하위 한화에게는 최대의 악재가 된다. 류현진의 통증에 한화가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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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