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김승규(22, 울산 현대)에게는 퍽이나 아쉬웠을 법한 한 판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시리아와 평가전에서 김기희의 헤딩 2골과 윤일록의 연속 골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이날 시리아전은 내달 3일 2012 런던 올림픽 최종 엔트리 18인을 정하기에 앞서 홍명보호가 치른 마지막 모의고사였다.

그래서인지 시리아전서 한국의 뒷문을 책임진 김승규의 눈빛은 유독 매서웠다. 김승규는 홍명보 감독 휘하 아래 2009년 이집트 세계청소년 월드컵서 주전 골키퍼 자리를 꿰차며 한국을 8강으로 이끌었다. 1년 뒤 열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범영(부산)을 밀어내고 주전 골키퍼로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며 NO.1 골키퍼로서 런던행 비행기에도 오르는 게 당연한 듯했다.
하지만 올림픽 예선전이 시작되면서 모든 것은 바뀌었다. 올림픽 2차 예선 때는 하강진(성남)에 밀렸고 지난해 11월 열린 최종예선 2차전부터 올해 3월에 펼쳐진 6차전까지 4개월 동안은 이범영에게 골키퍼 장갑을 양보했다. 라이벌 이범영이 맹활약하자 런던 올림픽 주전 골키퍼에 대한 희망도 절망으로 바뀌어갔다.
여기에 A대표팀의 주전 골키퍼 정성룡의 와일드카드설이 제기되며 수 년간 기다려왔던 올림픽 출전을 눈앞에서 놓칠 상황에까지 놓이게 됐다. 그렇기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리고 홍 감독은 '자신의 애제자' 김승규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상대가 아시아 2류급인 시리아였다는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었다. 김승규는 90분 풀타임을 부여받았지만 홍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을 만한 선방 기회조차 쉽사리 오지 않았다.
김승규는 전반 7분 시리아의 역습 상황서 알 마와스의 예상치 못한 중거리 슈팅을 손으로 쳐내며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볼은 대부분 시리아 진영에서 굴러갔고 무엇인가를 보여줄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 6분 선방을 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김승규는 막지 못하며 2-1로 추격을 당하는 만회골을 허용했다. 후반 6분 시리아의 프리킥 찬스에서 알 지와에드의 슈팅이 수비벽에 맞고 흘러나온 것을 사메르 살 렘이 윤석영과 몸싸움을 이겨내며 김승규의 가랑이 사이로 밀어넣었다.
조금만 더 일찍 뛰어 나왔더라면 혹은 각도를 좁힌 상황이라 선방을 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아쉬운 순간이었다. 결정적인 1대1 찬스서 선방했더라면 홍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있는 정말 아쉬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2년 전에도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도 최종 20명의 엔트리가 발표될 때까지 정성룡 와일드카드설에 시달렸다. 그러나 김승규는 결국 이범영과 함께 나란히 광저우행 티켓을 따내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홍 감독이 와일드 카드로 정성룡을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선택한다면 최종예선 6경기 중 5경기서 선발출장했던 이범영이 승선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김승규(리그4, ACL 4)는 올 시즌 소속 팀서 이범영(리그 3경기)보다 실전 경험을 더 많이 쌓았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번에도 선택은 오로지 홍 감독의 손에 달려있다. 지난 2009년부터 연을 맺었던 김승규-이범영 체제로 갈 것인지 A대표팀의 주전 골키퍼인 정성룡+1명을 선택하게 될지는 칼자루를 쥔 홍 감독만이 알고 있다.
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