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붕괴' 바티스타 살리기 위한 한화의 노력 왜?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6.09 02: 39

요즘 유행하는 말로 '멘탈 붕괴'가 있다. 심리적으로 무너졌다는 뜻이다. 한화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2)가 요즘 그렇다. 한국말을 꽤 잘하는 그는 요즘 "멘붕"이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 
한화가 바티스타를 되살리기 위해 눈물 겨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이번주부터 마무리 보직에서 물러나 중간으로 들어간 바티스타는 지난 6~7일 대전 롯데전에서 연이틀 중간으로 구원등판해 홀드 하나를 올렸을 뿐 1실점씩 범했다. 1⅓이닝 동안 안타없이 볼넷만 4개나 내주며 자멸했다. 
지난해 7월 대체 외국인선수로 합류해 27경기에서 3승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로 한화 뒷문을 책임진 바티스타는 그러나 2년차가 된 올해 혹독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22경기에서 1승3패7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6.43으로 무너져 내렸다. 지난해 35⅔이닝 동안 볼넷 22개를 준 그는 올해 21이닝 사이에 벌써 25개를 허용했다. 

특히 최근 5경기 연속 실점으로 완벽하게 무너졌다. 마땅한 마무리 대안이 없어 그를 계속 마무리로 기용한 한화 코칭스태프도 어쩔 수 없이 그를 중간으로 내렸다. "될 수 있으면 편한 상황에 던지게 하겠다"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그러나 팀 사정상 편한 상황이 없었다. 타이트한 상황에서의 등판이 계속되고 있고, 바티스타도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바티스타는 여전히 150km대 초중반 강속구를 던진다. 커브는 여전히 각도가 크고, 컷 패스트볼도 빠르게 꺾인다. 그런데 문제는 제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직구 제구부터 안 된다. 매번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리고 있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직구를 던지다 보니 제 아무리 강속구라도 통타당하는 법이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결국 멘탈이다. 구위나 구종에는 문제 없다. 자꾸 안 되다 보니 스스로 많이 위축돼 있다"며 "정말 착한 선수이기 때문에 더 괴로워한다 외국인선수인 것을 떠나 야구 선배로서 꼭 이겨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코치는 "지난해부터 바티스타는 팀이 어떤 상황이든 마운드에 오를 준비가 되어있는 선수였다. 마무리라면 거부할 만한 상황에서도 군말없이 올랐다. 어떤 핑계도 대지 않고 모든 면에서 성실하게 임하는 선수"라며 그의 부진에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바티스타와 허물없이 어울리고 있는 한화 선수들도 같은 마음이다. 바티스타를 대신해 마무리로 기용되고 있는 안승민은 "나는 바티스타가 돌아오기 전까지 잠깐 맡는 것"이라며 바티스타의 자리가 마무리라는 것을 강조한 뒤 "요즘 바티스타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우리말로 '멘붕'이라고 말한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그는 요즘 바티스타의 지난해 좋았을 때 투구 영상을 전력분석실에서 직접 보여준다. "볼을 보는 게 아니라 좋았을 때를 보고 자신감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너무 착한 선수이기 때문에 옆에서 지켜보면 나도 마음이 좋지 않다. 잘 던졌던 경기를 보며 힘 얻기를 바란다"는 게 안승민의 진심이다. 
지난해 바티스타가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실력보다 팀 적응이었다. 하나의 팀원으로 선수들과 함께 어울렸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함께 식사를 하고 어울릴 정도로 외국인선수라기보다는 진짜 '동료 선수'였다. 외국인선수이지만 자신의 몸 상태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 팀의 요청에 'NO' 대신 'OK'만 외쳤다. 그랬던 바티스타의 깊은 부진이기에 성적을 떠나 모두가 한마음으로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를 살리기 위한 한화 선수단의 눈물 겨운 노력. 과연 언제쯤 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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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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