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재벌, '백마 탄 왕자'에서 '음모의 원흉'으로
OSEN 김경민 기자
발행 2012.06.08 15: 30

 드라마 속 재벌들이 변하고 있다.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며 각종 '앓이'를 일으킨 백마 탄 왕자에서 피 튀기는 음모의 원흉으로 돌변했다.
지난해 SBS '시크릿 가든'을 비롯한 각종 드라마에서 재벌은 신데렐라 여주인공의 로맨틱한 연애 상대로, 많은 시청자들의 로망으로 '소비'됐으나, 올해부터는 재벌의 얼굴이 싹 바뀐 것이다.

특히 SBS '추적자'와 '유령'의 재벌들은 차원이 다르다. 이 드라마들에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던 '로맨틱가이'는 없다. 단지 자신의 지위와 권세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의 죽음까지 이용하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음모에 음모를 덧입히는 과정도 서슴지 않는 이중성을 가진 속물들이 있을 뿐이다.
'유령'에서는 유명 연예인 신효정(이솜 분)의 죽음과 그의 성접대 리스트가 중심 사건의 발단이다. 신효정 죽음의 원인이 됐던 성접대 리스트는 사실 단순한 성접대 리스트가 아니라 한 고위층의 살인사건과 관련 있다는 것이 밝혀진 상태. 이를 캐내려는 사람, 또 그들의 숨통을 조이는 고위층의 어둠의 손이 극중 긴장감 있는 에피소드를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방송된 '유령' 4회에서는 앞서 진실을 알고 있는 신효정, 김우현(소지섭 분)과 신효정 사건을 파헤치던 박기영(최다니엘 분)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세계 지도' 시계를 가진 범인이 재벌3세이자 거대 증권회사 사장 조현민(엄기준 분)으로 암시됐다. '유령'은 새 인물 조현민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재벌과의 전쟁이 시작, 전개에 속도감과 긴장감을 더한 것이다.
재벌에게 전면적으로 선전 포고를 한 이가 또 있다. 바로 '추적자'의 강력계 형사 백홍석(손현주 분)이다. '딸바보'인 백홍석은 17세 어린 딸 수정(이혜인 분)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잃고,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친다. 그런데 바로 수정의 죽음 뒤에는 거대 세력이 버티고 있어, 백홍석은 보이지 않는 힘 있는 손에 의해 수사를 방해받기도 한다.
그 손은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재벌가 사위 강동윤(김상중 분)의 힘에 조종되고 있다. 강동윤은 수정의 죽음을 이용해 아내 서지수(김성령 분)를 협박, 재벌 장인(박근형 분)을 대통령 당선에 이용하려 한다. 또 수정의 죽음에 관한 증거를 조작하고, 대중의 앞에서는 뻔뻔스럽게도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소시민과 거대 세력 간의 대립이라는 부분은 극의 긴장과 스릴을 배가시키고 있다.
두 작품은 각각 연예계와 사회의 어두운 이면, 논란이 됐던 이슈들을 극 속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는 공통점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소시민이 쉽게 맞설 수 없는 재벌이라는 위치는 '선과 악' 대립선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재벌이 사건의 원흉이 되는 점은 그 앞에서는 나약할 수 밖에 없는 '선'을 더 부각하고, 시청자의 분노를 사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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