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괜찮은데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해 준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걱정하는 척을 더 해야하나' 고민도 한다".
롯데 자이언츠 타자들 가운데 요즘 양승호(52) 감독의 속을 가장 많이 태우는 건 외야수 전준우(27)다. 지난 2010년 풀타임을 치르지 않고서도 19홈런을 날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전준우는 지난해 붙박이 1번 타자로 전 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3할1리를 기록하며 핵심선수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어느 자리에 가던지 제 역할을 해 주던 선수가 전준우다. 그렇지만 올 시즌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8일 현재 타율 2할5푼9리 2홈런 23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그는 4월까진 타율 3할을 훌쩍 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5월들어 월간타율 2할2푼9리로 부진했다. 6월도 벌써 전반기가 지난 현재까지 타격감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줄곧 3번과 4번을 치던 전준우는 7일 대전 한화전에선 올 시즌 처음으로 1번 자리로 옮겨 봤지만 4타수 1안타에 그쳤다.

8일 사직 KIA 타이거즈 전이 취소된 뒤 만난 전준우는 "야구도 잘 안 되는데 할 말이 어디 있겠냐"면서 "주위에서 다들 걱정 하는데 솔직히 난 괜찮다. 야구라는 게 항상 잘 되는 게 아니라 못 할때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다들 걱정을 많이 하니 '내가 더 걱정하는 척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최근 슬럼프에 대해서는 역시 고민이 깊었다. 전준우는 "물론 내가 요즘 안타 못 치고 타율이 내려가고 삼진 당하고 하는 걸 보니 못 해 보이는게 당연한거다. 팬들은 항상 선수가 잘 하길 바라는 마음인 걸 알고 있다"고 했다. 또한 언제쯤 슬럼프에서 벗어나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냐는 질문엔 농담 섞인 말투로 "제발 예전과 같은 내 모습이 무엇인지 알려달라. 나도 잊었다"며 답답한 심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양 감독은 최근 전준우의 부진에 대해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진 게 보인다. 상체와 하체가 따로 놀면서 타구에 힘이 안 실린다"면서 "준우가 평소 생각이 많은 성격이다. 중심 타선에서 몇 번 기회를 놓치고 난 뒤 머릿속에 그 장면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1번 자리로 옮겨보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준우 역시 요즘 많은 생각 때문에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타격보다 걸리는 건 최근 수비에서 보여줬던 불안한 모습이다. 지난달 18일 사직 KIA전에선 이준호의 평범한 플라이 타구를 순간 착오하며 머리 위로 넘겨 실점을 허용했다. 이어 5월 29일 사직 LG전에선 정성훈의 뜬공을 다시 놓치더니 3일 사직 넥센전에선 주자를 1,2루에 놓고 평범한 타구를 잡은 뒤 송구 동작에서 뒤로 빠트려 2루 주자를 홈까지 들여보냈다.
공교롭게도 전준우의 타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이 KIA전 실책 이후다. 그날까지 타율 3할1리를 기록하고 있던 그는 이후 꾸준히 타율이 떨어져 이제 2할5푼대까지 이르렀다. 당시 상황에 대해 전준우는 "전적으로 내 미스다. (정)성훈이 형 공은 빠른 데다가 회전이 없어 엄청나게 흔들리며 날아왔다. 거기에 마침 스텝까지 꼬여 놓쳤다. 어쨌든 외야에 나가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보니 평범한 수비도 실수가 나온다"면서 "조원우 코치님도 '너무 집중하지 마라. 그러면 순간적으로 사람이 홀릴 수 있다. 적당히 긴장도 풀어가며 하라'고 조언 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머리가 복잡하다 보니 작은 것도 쉽사리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최근 전준우는 타석에서 오른발로 땅을 판 뒤 고정하는 동작을 안 하고 있었다. 이에 주위에선 '그 동작을 빼먹어서 안 맞는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준우는 "원래 무의식적으로 하던 동작인데 이제 일부러 파려고 하니깐 그것도 잘 안 된다"면서 "게다가 사직은 흙 바꾸고 나서 땅이 단단해 져 파지지도 않는다"고 울상을 지었다.
어느 타자든 슬럼프는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양 감독은 "결국 준우는 중심타선을 쳐 줘야 할 선수다. 지금 타순 변경은 일시적인 것"이라며 전준우의 슬럼프 탈출을 애타게 바랐다. 풀타임 3년차 전준우는 지금 성장통을 앓고 있다. 돌아오면 훌쩍 자란 그를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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