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한화의 대체 외국인 투수 션 헨(31)이 지난 8일 선수단에 가세했다. 10일 대전 넥센전부터 불펜에서 대기하게 되는 헨은 한화가 내놓은 반전 카드. 개막 후 두 달 넘게 외국인선수 1명으로 버틴 한화로서는 헨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관심을 끄는 건 헨의 보직. 헨은 "선발보다 불펜이 조금 더 낫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코칭스태프에서도 선발보다는 불펜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 한화, 불펜이 부족하다

한화는 지난 7일 대전 롯데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에이스 류현진이 갑작스런 등 근경직으로 5회까지 던진 뒤 마운드를 내려갔고, 4이닝 동안 4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역전패했다. 정민혁·정재원·마일영 그리고 데니 바티스타와 안승민까지 총동원했지만 역전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경기 후 한대화 감독은 "내가 잘못해서 졌다"며 자책했다. 8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바티스타가 9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이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이튿날 한 감독은 "마일영이나 안승민 모두 과부하가 걸린 상태였다. 자주 던졌고, 투구수도 많았다. 불펜 피칭할 때에도 구위가 좋지 않았다"며 "바티스타가 8회 어느 정도 막아내길래 9회에도 내보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마무리 바티스타에 필승조 송신영·박정진의 부진과 부상이 낳은 불펜 과부하. 한화는 불펜 평균자책점 5.09로 리그 최하위다. 6회 이후 역전패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7패.
그렇다고 남은 자원에서 크게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년간 불펜에서 절대 에이스로 활약한 박정진은 여전히 구위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2군에 내려갔지만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한대화 감독은 "2군에서도 썩 좋지 않다고 한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니다"며 갸우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송신영도 지난 7일 2군으로 내려간 가운데 바티스타의 부활도 장담할 수 없다.

▲ 션 헨, 불펜 구원자될까
한화는 브라이언 배스 대체 외국인 투수 션 헨을 영입했다. 헴은 메이저리그에서 60경기 중 5경기에만 선발등판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통산 249경기 중 선발등판은 90경기 뿐. 특히 지난해부터는 선발등판이 한 번도 없다. 메이저리그·마이너리그를 가리지 않고 주로 불펜 투수로 선수 생활을 보냈다. 선발보다는 불펜에 특화된 투수. 헨도 "선발보다 불펜이 조금 더 낫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감독·코치님과 더 얘기해봐야겠지만 선발과 불펜은 완전히 다르다. 지금은 말하기 쉽지 않다. 어떤 역할이든 주어지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도 "아무래도 오랫동안 경험한 불펜이 조금 더 편하다. 선발은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주자가 찼을 때 압박감과 스릴을 즐긴다. 주자있을 때 막아낼 자신이 있다"는 말로 중간 보직을 선호했다. 직구-슬라이더 중심의 투피치 스타일로 구종도 단조로운 편. 하지만 직구 구속이 140km대 후반으로 빠르며 위기관리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한대화 감독도 "일요일(10일)에 불펜피칭을 하든지 아니면 여유있을 때 경기에서 1이닝 정도 던지게 할 생각이다. 선발일지 불펜일지는 더 지켜보고 결정해야 한다. 본인이 괜찮다고 하더라도 선발을 할 상태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선발보다 불펜에 무게를 뒀다. 한화는 류현진-박찬호-양훈-김혁민-유창식으로 선발진이 그런대로 돌아가고 있는 만큼 불펜을 강화하는 게 최선이다. 지난 2년간 한화 마운드에서 류현진 다음으로 공헌도가 가장 높은 투수도 바로 중간·마무리 박정진이었다. 헨이 박정진의 박정진의 역할을 대신한다면 한화에게는 최고의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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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