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 (오)지환이한테 미안했다.”
LG 신예 좌완투수 이승우(24)가 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자신의 행동에 자책했다.
이승우는 7일 목동 넥센전에서 5이닝 2자책점으로 호투했지만 이번에도 승수를 쌓는데 실패, 올 시즌 10번의 선발 등판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하고 말았다.

이승우는 4회까지 팀의 3-1 리드를 지켰다. 적극적인 직구 승부로 꾸준히 내야 땅볼을 유도, 지난 한 달의 부진을 만회할 만큼 투구내용도 좋았다. 하지만 5회말 아웃카운트 하나 만을 남겨두고 오지환이 내야 땅볼 타구에 에러를 범하며 3-3 동점이 됐고, 결국 이승우의 승리도 날아갔다. 이 순간 오지환은 물론, 이승우도 허탈한 표정을 지었고 이승우는 결국 마운드 위에서 무릎을 굽혔다.
“아쉽다거나 속상하다는 느낌보다는 ‘이럴 수도 있구나. 1승이 이렇게도 안 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왔다. 투수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 지환이한테 미안했고 바로 덕아웃에서 사과를 했다. 근데 지환이가 더 미안해하더라.”
올 시즌 LG 선전의 원동력 중 하나는 마운드다. LG 투수진은 8일까지 팀 평균자책점 3.92를 마크, 시즌 내내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 선발진이 주키치-리즈에 편중됐다면 올 시즌에는 선발투수 포화 현상을 보일 정도로 여유 있게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가는 중이다.
특히 시즌 초 이승우의 깜짝 활약이 LG 마운드를 상승시켰다. 4월 세 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65를 기록한 이승우는 4월 8일 삼성과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부터 무실점 투구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140km대의 빠른 공을 구사하지는 않지만 땅볼 유도에 용이한 투심 패스트볼을 마음껏 상대 타자 몸쪽에 구사했고 체인지업과 커브의 각도 예리하게 형성됐다.
그러나 마운드에서의 활약이 좀처럼 승리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첫 등판부터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마운드에서 내려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호투한 경기마다 동점 혹은 팀이 1, 2점차로 지고 있을 때 교체됐다. 5월부터는 지나치게 승리를 의식한 나머지 힘이 많이 들어갔고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며 정교한 제구력도 잃어버렸다.
“나도 모르게 1승을 의식했다. 어떻게든 이번에는 1승을 올려야한다고 마음먹었는데 그러니 오히려 더 안 됐다. 그래서 최근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함께 경찰청에서 뛰었던 (우)규민 선배도 ‘너무 욕심내지 마라. 어찌 보면 지금 네가 이렇게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지금 잘하고 있다. 그저 네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만 집중하면 언젠가 승리는 따라올 것이다’고 조언해주시니 쓸데없는 부담 같은 걸 덜게 됐고 투구 밸런스도 다시 찾게 됐다.”
이승우는 5월의 부진을 딛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7일 넥센전에 임했다. 올 시즌 천적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넥센을 상대로 첫 위닝시리즈가 걸려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것이다.
“여기서 무너지면 이번이 마지막 선발 등판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서 투구 밸런스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타자와 적극적으로 승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직구 비율을 높였고 최대한 내야땅볼을 많이 유도하려고 했는데 그게 잘 먹혀들었다. 그런데 4회, 5회에도 팀이 이기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다시 승리가 의식되더라. ‘이번만 막으면 드디어 1승을 올리겠다’는 생각이 가득해졌고 동점이 되는 순간엔 나도 모르게 마운드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LG 선수들 모두가 이승우의 첫 승을 기원하고 있다. 이날도 LG 선수들의 목표는 넥센전 첫 위닝 시리즈 달성과 더불어 이승우의 1승이었다. 혈투 끝에 넥센에 승리하면서 하나는 성공했지만 다른 하나는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하루가 지난 후 이승우는 결국엔 자신이 더 발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선발투수라면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데 나는 투구이닝이 적다. 너무 정교하게 던지려다 보니 볼이 많아지고 그만큼 투구수도 늘어났다. 앞으로 지난 등판처럼 보다 적극적으로 타자와 상대한다면,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길게 던지는 투수가 되겠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