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의 그레이 존]김병현의 기행(奇行),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06.09 08: 09

지난 6월 1일 경기 전 기자들은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에게 그날 선발투수 김병현에 대해 질문하며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김시진 감독은 이미 몇 번이나 선발로 등판했는데 아직도 이렇게 관심이 많은 것을 의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병현이 앞서 몇 번 등판했던 것과는 상관없이 그의 선발 예고는 언제나 우리로 하여금 그 경기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김병현은 야구팬들에게 아직 그런 흥분과 기대를 갖게 하는 선수이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야구팬들에게 ‘평범하지 않은’(?) 행동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길래?
최근 김병현이 번번이 엉뚱한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에서는 몇 번 같은 실수를 계속하자 구단 관계자가 그가 또 실수를 할까 봐 전지훈련 캠프 때 나눠줬던 유니폼을 압수하기에 이르렀다는 내용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거나, 정규리그용 유니폼과 다른, 훈련용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는 실수를 반복하는 그의 행동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동안의 사례를 살펴보면, 김병현이 잘 챙기지 않은 것은 유니폼만은 아니었다. 2009년 그 일을 기억하는가? 2008년 3월 소속팀(피츠버그)에서 방출된 후 방황하던 그에게 아주 중요한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는 여권을 분실하는 실수로 인해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당시 그 기사를 접했을 때 김병현이라면 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는 미국에서 활약하던 시절에도 이슈가 될 만한 여러 실수를 저질렀다. 물론 사람들은 살면서 많은 실수를 한다. 실수를 하는 것은 인간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김병현의 실수들은 몇 가지 점에서 좀 독특하게 느껴진다.
첫째, 그는 매우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한다. 2009년의 여권 분실사건은 재기를 노릴 수 있는 중요한 순간에 일어났다. 유니폼 실수를 했던 두 경기도 한국 무대 공식 데뷔전과 1군 무대 데뷔전이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실수를 반복하는 패턴은 심리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둘째, 그가 하는 실수는 한번만 더 생각해봤더라면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실수다. 그래서 그의 실수는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진심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의 여권 문제를 두고 사람들은 ‘WBC에 못간 걸까, 아니면 안 간 걸까’하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또 그가 데뷔전에서 유니폼을 제대로 챙기지 않은 것은 자칫 한국 무대에 대한 그의 열정을 희석시키는 행위로 인식 될 수도 있었다.
셋째, 보통 사람들이 하는 흔한 실수도 김병현이 하면 실제보다 더 크게 지각된다. 김병현은 야구팬들에게 특이한 성향의 사람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 때문에 심지어 그가 하는 평범한 행동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요약해 보면, 그는 그의 인생의 중요한 장면들에서 실수를 하는 경향이 있고,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믿기 어려우며, 그에 대한 별로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은 그의 실수를 더 크게 지각하게 만든다.
김병현의 이러한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김병현의 ‘기질’을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외부 환경에 ‘매우 예민하거나’, 아니면 ‘매우 둔감한’ 형태의 극단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김병현을 일반적인 잣대로 해석하려 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혼자의 즐거움에 몰입하고, 타인의 칭찬이나 비평에는 무관심해 보이고, 솔직하면서도 고집스러운 김병현의 기질. 그런 기질은 사람들로 하여금 ‘풍운아’ ‘악동’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게도 하고, 그를 고독하게도 만들었지만, 동시에 그를 야구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남긴 선수로 만들기도 했다.
그런 기질의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들은 중요하게 가치를 두는 일에는 별로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와 김병현이 생각하는 의미는 다를 것이다. 그는 선발에 집착한다. 또 그는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자신이 만족하는 공을 던지려고 집착한다. 이런 집착들은 오만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오만한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6월 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김병현의 공이 좋지 않자 김시진 감독이 덕아웃에서 나오고 있었다. 사실 그때 감독은 포수를 향해 가려는 것이었는데, 김병현은 감독이 덕아웃에서 나오자 자신에게 오는 것인 줄 잘 못 알고 덕아웃을 향해 손사래를 쳤다.
김병현이 마운드에서 감독의 지시를 거부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집중하고 있는 순간에, 집중하는 대상 이외에 다른 것은 고려하지 못하는 그의 성향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게 하였지만, 바로 그것이 그가 마운드에서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게 만들었다. 
사실 유명한 예술가들이나, 인류 역사에 중요한 발명을 해낸 과학자들의 전기를 읽다 보면 이들 중에 김병현과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떠올려 볼 수 있다. 이들이 가지는 색다른 시각과 엄청난 고집은 양날의 칼이다. 이러한 기질은 주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게 만들지만, 또한 창의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품들과 발명품들로 인류 역사를 풍성하게 채워주었다.
그의 기질은 우리가 지적하고 재단하고 바꾸려 든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다. 만일 그가 이전에 그의 기질을 바꾸었다면 그는 그런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없었으며 야구역사에 두드러진 업적을 남길 수도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를 지적하고 희화하고 비평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다. 당신은 그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가? 그를 보기가 불편한가? 그렇다면 당신의 시각을 바꾸어라.
그를 특이하게, 기이하게 볼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빨리 그 상황을 처리하고 싶어 하며 그때 쉽게 ‘명명하기(labeling)’ 책략을 사용한다.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게으른 면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독특한 사람’, ‘기이한 사람’이라고 그에 대해 빨리 대표 이름을 붙여버리고 그 틀 안에서 이해하려고 하면 할수록, 우리는 그에 대해 이해할 기회로부터 점점 멀어져 간다. 늦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김병현을 제대로 이해해볼 기회를 가지고 있다.
김나라 고려대 학생상담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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