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아웃 잘 잡아 놓고 바보같이…".
삼성 마운드의 '맏형' 정현욱(34)은 8일 문학 SK전이 끝난 뒤 아쉬운 듯 한 마디 내뱉었다. 왼쪽 허벅지 부상을 입은 윤성환 대신 3년 11개월 만에 선발 중책을 맡은 정현욱은 5회 승리 투수 요건에 아웃 카운트 1개를 남겨 두고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구원진이 무너지는 바람에 시즌 2패째를 떠안았다.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압도할 만큼의 구위는 아니었지만 여느 선발 요원 못지 않은 호투였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위기 상황에서도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정현욱은 5회 2사 후 정근우와 임훈에게 연속 안타를 얻어 맞았다. 그리고 최정과의 대결에서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 상황에 놓였다.

삼성 벤치는 정현욱 대신 이우선을 투입했다. 4회 투 아웃까지 잘 막아낸 정현욱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1루 관중석 팬들과 덕아웃 동료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우선은 폭투로 2점을 헌납한 뒤 이호준에게 투런 아치를 얻어 맞았다.
조동찬의 선제 솔로포를 앞세워 1-0 리드를 지켰던 삼성은 5회 4점을 허용하면서 1-4로 승기를 내줬고 6회 박정권에게 쐐기포를 얻어 맞고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정현욱은 이날 경기 후 "투 아웃 잘 잡아 놓고 바보같이…" 라면서 자책했다.
4회 2사 만루 상황에서 강판됐지만 그의 호투는 단연 빛났다. 줄곧 계투 요원으로 뛰었던 그에게 깜짝 선발 등판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맏형'의 책임감 때문일까. 정현욱의 마음은 무거웠다. "잘 던지긴. 졌으면 아무 소용없는 법이다. 이겼어야 하는데".
아쉽게 패했지만 정현욱이 보여준 혼신의 역투는 선수단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투지를 불러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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