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 ‘샤랄라’ 드레스에 긴 머리를 하고 깜찍한 표정을 짓던 것만 생각난다고? 가요계 청순 대명사였던 그가 팝가수 레이디 가가 못지않은 충격적인 의상과 허세 작렬 말투의 디자이너로 변신했다면 믿을까.
최근 많은 여배우가 노출을 통해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성유리는 영화 ‘차형사’를 통해 연기변신을 꾀했다.
성유리는 ‘차형사’에서 완벽 미모에도 2% 부족한 허당 매력의 패션 디자이너 고영재 역을 맡아 코믹스러움이 가득한 연기를 선보였다.

‘차형사’에서 성유리의 첫 등장은 그야말로 ‘파격’이다. 강렬한 금발머리에 아방가르드한 핫 핑크 하의 실종 드레스를 입고 한 손에는 화려한 휴대전화 걸이가 달린 스마트폰을 든 채 마치 마네킹 같은 포즈로 서 있다.
이어 엘리베이터에서 차형사(강지환 분)이 자신의 다리를 대놓고 쳐다보자 “좋냐? 변태XX”라며 흥분하는 모습은 우리가 얼마 전까지 브라운관에서 봤던 성유리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성유리는 드라마 ‘신들의 만찬’에서 마냥 착하고 단아하면서 요리까지 잘하는 캐릭터였지만 ‘차형사’에서는 그와는 정반대다. 성유리가 “이런 역할을 정말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을 정도. 그래서 성유리의 변신이 더욱 눈에 들어온다.
특히 성유리는 이번 역할에 욕심이 있었고 깊은 애정을 쏟은 만큼 영화 첫 장면에서 입고 등장한 핫 핑크 의상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성유리는 “감독님이 대본에서 의상을 설명한 걸 보고 디자인 했다. 디자인에 관심이 있어 평소에도 스케치를 한다”고 설명했다.
극 중 평소 소화하기 어려운 의상과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한 손에는 꼭 휴대전화를 들고 거리를 활보, 격하게 표현하자면 ‘재수 없는 언니’지만 영화에서 보여준 성유리 특유의 허세 가득한 말투와 술에 취해 주사를 부리며 망가지는 연기는 그의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만든다.
이뿐 아니라 차형사가 브래이지어를 건네며 약을 올리자 “딱 맞거든”이라고 쏘아붙이는 성유리의 코믹스러움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청순함을 완전히 버리고 이번 ‘차형사’에서 허당 디자이너 캐릭터로 능청스러운 코믹연기를 선보인 성유리,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탁월한 선택이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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