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에서 두 팀의 문제가 모두 드러났다.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4-3으로 이겼다. 상대 폭투에 의한 결승점이었지만 12회 1사 만루를 만들어낸 넥센의 짜릿한 승리였다. 그러나 두 팀 모두 팽팽한 대결 끝에 승패를 안았다기 보다는 서로의 약점을 파고든 끝에 '덜 실수한' 넥센이 승리를 가져갔다.
▲ '마무리의 피홈런' 최다 BS 재현, 넥센

그러나 훨씬 일찍 이길 수 있었다. 넥센은 9회초 2점을 뽑아낸 뒤 3-1에서 마무리 손승락을 올렸다. 넥센은 세이브 순위 2위의 마무리를 믿고 냈지만 손승락은 볼넷 후 1사 1루에서 최진행에게 동점 투런포를 맞고 경기를 연장을 끌고 갔다.
손승락은 이날 시즌 5번째 블론 세이브를 범해 가장 많은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날 넥센 선발 브랜든 나이트는 팀이 점수를 내기까지 8이닝을 1실점으로 버텼으나 손승락의 동점 허용에 시즌 7승째 도전이 다시 무산됐다. 또한 손승락이 무너지면서 넥센은 이정훈과 오재영 등 불펜을 예상보다 더 써야 했다.
넥센의 올 시즌 선발 평균자책점은 3.81이지만 불펜 평균자책점은 4.15점에 이른다. 블론세이브가 8번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지난해까지 약체 넥센을 지탱했던 강력 불펜이 올 시즌 가장 불안한 요소가 되고 있다.

▲ 불펜 방화, 실책 후 실점 '총체적 난국' 한화
상황이 더 답답한 것은 한화였다. 한화는 선발 양훈이 6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내려간 뒤 유창식, 바티스타, 마일영, 정재원, 안승민 등 5명의 불펜이 더 올라왔다. 바티스타는 볼넷 하나만을 내준 뒤 급하게 강판됐다. 그러나 경기에서 패하면서 많은 불펜을 쓴 것도 헛수고가 됐다.
점수를 줄 때도 올 시즌 한화를 괴롭히는 실책이 다시 한화의 발목을 잡았다. 2-1로 뒤진 9회 1사 3루에서 이택근이 투수 앞 땅볼을 때렸으나 마일영이 3루 송구 실책을 범하면서 3루주자 유재신이 홈을 밟았다.
3-3으로 맞선 12회에도 1사 2,3루에서 지재옥이 몸에 맞는 볼로 나간 뒤 유재신의 타석에서 이미 2⅔이닝을 던지며 구위가 떨어진 안승민이 폭투를 범해 3루주자 박정준이 결승점을 '얻었다'.
한화는 전 경기였던 7일 사직 롯데전에서 4점차 대역전의 충격을 씻어내기도 전에 12회 폭투 패라는 상처를 다시 안았다. 한화는 올 시즌 평균자책점 8위(4.86), 실책 2위(37개)의 불명예스러운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넥센은 연장 끝에 승리를 챙겼지만 한화는 아픔이 크다. 10일 두 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는 박찬호가 한화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을까. 한 텀을 거르고 등판하는 박찬호를 상대할 넥센이 믿을 것은 한화의 약점이고 한화가 노릴 것은 넥센 선발 강윤구를 내린 뒤 맞이할 불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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