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구 공략이 2스트라이크 후 타격보다 결과가 좋은 것은 기록으로도 어느 정도 증명이 되었고 현장의 관계자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래봐야 30%의 성공률이 넘으면 탁월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다. 잇단 초구 공략에 따른 연속 안타와 홈런으로 점수가 나면 좋겠지만 대체로 전략 이해도-상황 판단력과 집중력이 좋은 팀이 승리하고 반대의 경우 무참히 패한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잠실 2연전은 이 사실을 그대로 증명했다.
LG는 9~10일 두산과의 잠실 2연전서 각각 6-2, 14-4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LG는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부터 두산전 7연승 행진을 달리는 동시에 시즌 전적 27승 1무 23패(10일 현재)를 기록하며 2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두산은 개막전을 제외한 승률 계산에서 전적 24승 1무 25패로 첫 4할대 굴욕을 맛보았다.
현재 LG의 올 시즌 두산전 전적은 7승 1패로 절대 우세. 단순한 전적만을 봤을 때 여기서 반타작만 했어도 두산은 SK와 선두 다툼을 하고 있었을 것이며 LG는 KIA와 6,7위를 오갔을 위치다. 두산이 얼마나 LG의 올 시즌 선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특히 10일 경기 1회는 왜 두 팀의 천적관계가 확연히 달라졌는지 알 수 있게 했다. 1회초 두산은 최주환의 좌중간 3루타에 이은 김현수의 중전 안타로 선취점을 올렸으나 벤자민 주키치의 투구수 소모는 단 8구에 그쳤다. 그리고 1회말 LG는 두산 선발 김선우에게 무려 47개의 공을 던지게 한 끝에 김태완의 만루포 포함 5득점을 올리며 승패를 일찌감치 결정지었다.

LG의 가장 큰 승인은 일단 상대 선발 김선우가 제 구위와 제구를 확실히 뽐내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선두타자 이천웅과 2번 타자 이병규(7번)는 모두 김선우로부터 6구 째를 던지게 했으며 4번 타자 정성훈도 8구 볼넷을 얻어냈다. 김태완은 8구까지 가는 끝에 풀카운트로 김선우를 몰아붙이고 8구 째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뒤 힘껏 당겨쳤다. 이는 프로 데뷔 첫 만루홈런으로 이어졌고 이날 경기 결승포가 되었다.
반면 두산 타자들은 여전히 ‘빨리빨리’ 쳤다. 최주환의 3루타도 3구 째, 김현수의 득점타도 2구 째였다. 범타가 된 손시헌의 유격수 땅볼은 초구 공략이었으며 김동주의 병살타는 2구 째만에 때려낸 타구다. 주키치는 1회서만 8개의 공을 던졌고 평소보다 안 좋았으나 그래도 6이닝 3실점 69구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다.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두산은 5경기 1승 4패를 기록했고 5경기 중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4명의 선발 투수(아킬리로 로페즈, 마리오 산티아고, 김광삼, 주키치)는 모두 투구수 90구 내에서 선발 제 몫 요건을 채웠다. 그에 반해 LG 타자들은 9일 선발 이용찬에게 4이닝 106구를 빼앗았고 김선우도 1회서만 47구를 던졌다.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상대 선발 투수의 진을 쏙 뺐다.
LG가 초구 공략을 안 한 것은 아니다. 7회말 대량득점 과정에서 서동욱과 김태군은 초구를 공략해 각각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경기 분위기가 이미 계투 추격조로 공이 넘어가며 완전히 LG 쪽으로 넘어온 순간이었다. 실패해도 리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성공하면 완전히 상대 멱살을 잡고 흔드는 화끈한 경기가 되게 마련이다. 이럴 때 초구를 공략하는 것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LG 타선은 '빠른 공략의 좋은 예'가 되었고 두산은 '나쁜 예'를 보여줬다.
선수의 지명도 차이로 인해 투타 대결이 기대를 모으는 경우가 많지만 단순한 성공률적 측면 만으로 봤을 때 타자는 약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로야구 30여년 동안 풀타임 시즌을 치러 안타 성공률이 40%가 넘는 타자는 1982년 MBC 백인천 뿐이다.
약자가 강자를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은 엄청나게 힘을 키워 위압감을 내뿜거나 아니면 끈질기게 달라붙어 괴롭히는 일 밖에 없다. 팀 홈런 32개(5위)의 LG 타선은 연이틀 두산 선발 투수들을 경기 초반 찰거머리처럼 괴롭힌 뒤 융통성있게 분위기가 넘어온 순간 과감한 초반 공략으로 2연전을 싹쓸이했고 팀 홈런 7위(18개)에 장타율-출루율 합산 OPS 최하위팀인 두산은 시종일관 쉽게 가다 싹쓸이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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