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게이머 '최종병기' 이영호,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2.06.10 20: 25

'최종병기' 이영호(20, KT)는 현존 최강의 프로게이머라 불리는 한국e스포츠가 자랑하는 보석 같은 존재다. 소속팀인 KT서도 대들보 같은 역할을 하지만 지난 2010년 LA에서 열린 WCG2010 그랜드파이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며 우승을 거머쥐며 한국e스포츠를 사랑하는 외국 팬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최강의 선수로 불린 그도 최근에는 자주 불안한 기색을 노출했다. 지난 5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프로리그서 스타크래프트2를 병행이 원인이었다. 스타크래프트1 시절에는 천하무적으로 불릴 정도의 기량을 뽐냈지만 프로리그를 지난 시즌 결승전까지 치른 탓에 다른 선수들 보다 스타크래프트2를 늦게 시작하면서 스타크1 시절 보여줬던 실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이야기가 달라졌다. 10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 MLG 특설무대에서 열린 'MLG KeSPA 인비테이셔널'서 다른 KeSPA 소속 프로게이머들을 제치면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서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스타크1 시절 라이벌로 불렸던 '택뱅' 송병구-김택용과 스타크래프트2 병행 이후 가장 적응을 잘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김민철까지 모두 전승으로 제압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다시 한 번 최고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이영호를 OSEN이 만나봤다. 우승 직후 만난 이영호는 "사실 이번 대회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첫 판만 꼭 통과하자는 마음으로 왔다. 그런데 기대 안하던 우승을 해서 기쁘고, 실력이 많이 늘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밝은 목소리로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아마 1차전인 8강을 이기고 나서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임했던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그리고 오늘은 정말 운을 타고 났다. (송)병구형과 8강전 1세트서 사실 키보드가 고장이 나면서 마우스로만 경기를 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쌓이더라. 막히면 'GG'를 선언하겠다는 마음으로 공격에 나섰는데 다행히 잘 통했다. 정말 80% 정도는 운이었다. 빌드가 기막히게 잘 맞아 떨어졌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보여준 이영호의 경기력에 대해 현장에 있던 전문가들은 GSL서도 통할 수 있는 실력이라고 평할 정도. 프로리그 스타크래프트2 경기서 뒤늦게 마수걸이 승리했던 당시와 비교해서도 월등하게 실력이 늘었다는 것.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 처럼 이영호의 스타크2 첫 승은 그의 의지를 다시 불태우는 기폭제가 됐다.
"처음에는 사실 잘 안됐던 것이 사실이다. 많은 분들의 기대와 내 스스로도 나에 대한 기대감이 역효과를 냈던 것 같다. 마음은 급했지만 실력이 늘어나는 속도는 더뎠으니 말이다. 일이 잘 안 풀리다 보니 리그에 스타크래프트2로 나서는게 실력도 부족해서 많이 창피했었다. 그런데 프로리그 1승을 하는 순간 자신감을 얻었다. 더불어 한 2주 전 쯤부터 래더부터 시작해서 경기가 잘 풀렸다. 그랜드마스터에서 뛰는 선수들과 경기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올라갔다. 이제 오늘 승리로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확실하게 프로리그서는 더 잘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MLG에서는 약속은 못하겠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겠다".
 
초정전에 임하기 전 3000명의 팬들에게 특설무대가 설치된 애너하임 컨벤션 홀이 떠나갈듯한 환호를 받은 것에 대해 그는 "너무 감사드릴 뿐이다. 이런 환호는 1년에 1~2번 받을 정도인데 정말 열정적인 환호를 보내주셨다. 그동안 팬들께 받은 사랑도 많았지만 이런 느낌의 환호는 처음이었다. 해외 대회에 많이 나오고 싶다는 마음까지 먹게 됐다(웃음). 정말 기회가 된다면 꾸준하게 출전하고 싶다"고
올 여름 베타테스트가 예정 된 블리자드의 신작 '스타크래프트2: 군단의 심장'에 대해 그는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은 든다. 그런데 테란은 좀 아쉬웠다. 변화된 느낌이 적었다. 새롭게 추가된 '거머리 지뢰'는 정말 좋았지만 저그, 프로토스 종족 신 유닛 같은 새로운 맛이 없었다"며 살짝 투정을 부리기도. 그러나 이영호는 이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보내주시는 것에 대해 부담감도 느끼지만 뿌듯하다. 부담감을 다 안고 가겠다. 정말 팔 수술을 한 번 더 받아도 좋겠다는 각오로 그 기대들에 꼭 부응하겠다. 당장은 아니지만 1~2년 안에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최강자의 자리에 오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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