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여 벌의 화려한 의상과 594번의 조명큐, 54번의 빠른 무대 전환과 그래미상을 수상한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 여기에 더해진 배우들의 폭발적인 성량과 연기 호흡. 이는 다름 아닌 뮤지컬 ‘위키드’의 공연 모습이다.
뮤지컬 ‘위키드’는 2003년초연 이후 9년째 브로드웨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표를 구하기 힘든 공연 중 하나다.
휘황찬란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뮤지컬 ‘위키드’는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거대한 규모의 드래곤이 무대를 압도하고 있다.

공연은 기존의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셀러 ‘위키드’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키웠던 두 마녀가 주인공으로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 공연인 셈.
우리가 나쁜 마녀로 알고 있는 초록마녀 엘파바가 사실은 불 같은 성격 때문에 오해 받는 착한 마녀이며, 착한 마녀 글린다는 아름다운 외모로 인기를 독차지하던 금발의 허영덩어리 소녀였다는 설정이다. 따라서 극은 기발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관객들에게 어쩌면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극 중 마법사는 초록마녀 엘파바가 오해로 물들어 가는 상황들을 보며 “진실은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대의명분”일 뿐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믿고 싶은대로 믿게 된다.
뮤지컬 공연은 젊은 여성 관객이 주를 이룬다. 일반적인 사랑이야기 보다는 두 마녀의 우정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이는 여성 관객몰이에도 신선한 작용을 할 터. 사랑에 얽매이는 진부한 설정이 아니기에 오히려 관객들은 글린다의 허영심 있지만 순수한 모습에 사랑스러움을 느끼고, 그와 정 반대인 엘파바의 자존감은 낮지만 정의감이 있어 욱하는 성격이 서로 융화되고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 진한 감동을 느낀다.
이 공연의 백미는 단연 1막의 마지막 신이라 할 수 있다. 엘파바가 마녀로서 ‘중력을 거스를 것’이라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장면은 마치 그래픽 영상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이 모든 것이 무대 배경과 조명만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 놀랍다.
초연 때부터 함께한 ‘글린다’ 역의 수지 매더스와 ‘엘파바’ 역의 최다 출연을 기록한 젬마 릭스는 과연 오리지널 공연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을 흡입한다. 무대 전체를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성량으로 관객들의 몰입도는 최고조에 달한다.
반면 공연의 대사를 번역한 자막은 간혹 오타가 있어 앞으로의 공연에 보완돼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마저도 ‘멘탈붕괴’, ‘오즈느님’, ‘감 to the 옥’과 같은 근래 유행어의 의역이 돋보여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지금까지 알아온 ‘오즈의 마법사’가 아닌,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 양철나무꾼의 탄생비화와 마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 ‘오즈의 마녀들’은 어른들 마저 마법의 세계로 초대해 누구라도 환상의 무대에 흠뻑 취하게 만들 것이다.
'위키드'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7월 31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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