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투구 논란에 휩싸인 이용훈(35,롯데 자이언츠)의 행동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용훈의 부정투구 지적이 나온 건 지난 10일 사직 KIA 타이거즈 전이다. 8회 마운드에 오른 이용훈이 공의 실밥 부분을 이로 물어 뜯는 장면이 SBS ESPN 중계방송 카메라를 통해 정확하게 잡혔다. KIA측 더그아웃에서는 누구도 이 장면을 잡아내지 못 했고 심판들 역시 따로 제지를 하지는 않았다.
야구 규약 8.02 (a)항에선 이러한 행동을 정확하게 규제하고 있다. 투수가 투수판 원 안에서 맨손을 입 또는 입술에 대는 행위, 공에 이물질을 붙이는 행위, 상처를 내는 행위 등이 모두 금지돼 있다. 이용훈은 "공에 튀어나온 실밥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했지만 원칙적으로는 규정 위반이다.

그렇지만 이용훈의 행동이 고의적인 부정투구로 보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이닝에도 공을 수 차례 바꾸는데 등판할 때 단 한 번만 공에 흠집을 낸다고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 이용훈 "실밥 제거한 것 뿐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용훈은 고의적인 부정투구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실밥이 튀어나와 있어서 이빨로 뽑았을 뿐이다. 야구공에 보면 붉은 색 말고 하얀 실밥들이 있다. 그걸을 뜯은 것"이라고 논란에 정면 반박하고는 "일종의 루틴(버릇)이다. 기도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마운드에 오를 때 딱 한 번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본인의 실수임은 분명하다고 인정했다. 이용훈은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 행동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다음부터는 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을 단순히 깨문다고 큰 흠집을 낼 수 있는게 아니다. 만약 내가 계속 그렇게 했으면 예전부터 성적이 좋았어야 하지 않겠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용훈이 버릇으로 알고 있다. 구단 차원에서 따로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고 지금처럼 그대로 기용할 것"이라면서 "오이 밭에서는 신발 끈 묶지 말라는 말도 있다. 그런 행동들에 대해서만 주의를 주겠다"고 말했다.
▲ 전력분석 "고의적 부정투구면 숨겨서 했을 것"
그렇다면 이용훈의 투구 동작을 타 구단 전력분석요원은 어떻게 봤을까. 각 구단 전력분석 요원들은 선수 한 명 한 명의 작은 움직임까지 세세하게 관찰한 뒤 대응책을 내놓는다. 당연히 이용훈의 '공 깨물기 의식'은 전력분석 요원들이 체크를 할 사안이다.
이에 한 구단 전력분석 요원 A씨는 "이용훈이 부정투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면 당연히 몰래 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이제까지 이용훈이 공을 깨무는 장면을 모아둔 걸 봤는데 저렇게 대놓고 하는 건 일종의 세리머니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시간동안 깨문다고 공의 변화가 심해질 만큼 훼손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공을 깨물어 보면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지금은 전력분석을 그만둔 B씨는 "우리나라 선수들 중에 고의로 잘 던지려고 저런 행동을 하는 선수는 없다고 알고 있다. 만약 그랬으면 상대 팀 선수들과 감독들이 허수아비도 아닌데 지적을 하기 마련"이라며 "이용훈의 행동은 어느 정도 선수들끼리 용인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건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안 하는게 맞다는 점이다. "감독에 따라서는 선수들의 작은 행동을 면밀히 지켜보다 중요한 순간 항의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선수의 흐름이 깨지니깐 선수 본인 손해다. 이용훈도 올 시즌 잘 던지고 있는데 갑자기 논란에 휩싸이며 심리적으로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규정에도 어긋난 행동이니 차후엔 결코 같은 행동을 안 하는게 중요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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