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같은' 대구구장 마운드, '부상 악령' 도사린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2.06.12 06: 18

스티로폼 같은 대구구장 마운드에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대구구장 마운드의 높이가 낮고 홈이 너무 깊게 파여 투구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무릎 또는 발목을 다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달 27일 SK-삼성전에서는 이만수 SK 감독은 좌완 박희수가 투구에 어려움을 호소하자 마운드를 고르기 위해 직접 삽을 들고 나섰다.
당시 이 감독은 "대구구장 마운드가 너무 많이 파여서 투수가 위험할 것 같았다. 바닥 석회가 바위처럼 굳어 있었다"고 꼬집었다. 또한 "박희수가 투구하는데 오른쪽 발목이 접질러져 놀랐다. 원래 마운드와 타석은 잘 안 파져야 한다. 그래야 선수도 안 다치고 타자들이 시간을 끌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구장을 홈 그라운드로 사용하는 삼성 투수들에게 물어봤다. A 투수는 "4, 5회만 되면 푹 파여 투구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타 구장 마운드와 달리 경사가 거의 없어 중심 이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B 투수는 "3루 덕아웃에 앉아 마운드를 바라보면 투수들의 (디딤발이 되는) 발목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대구구장은 삼성의 홈경기뿐만 아니라 아마추어와 사회인 야구 경기가 열려 시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삼성 2군과의 번외 경기를 위해 대구구장을 찾은 일본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여기가 프로 구장이 맞느냐"고 놀라기도 했단다. 한 관계자는 "마운드의 흙을 교체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경기 후반이 되면 그라운드의 흙이 푹 파여 있다. 타자와 투수가 편안한 상태에서 발을 디뎌야 강한 타구를 날리고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대표팀 코치로 활동했던 류중일 삼성 감독은 대구구장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사상 첫 6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가 올 시즌 700만 관중 시대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뜨거운 야구 열기와 비교하면 야구 인프라는 낙제 수준에 가깝다.
선수들의 휴식 공간인 라커룸 천장에는 악취가 나는 물이 새고 마운드를 비롯한 그라운드 곳곳에는 부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곳을 프로 구단의 홈그라운드로 사용해야 하는지 한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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