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한화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2)가 한국 데뷔 후 처음으로 2군에 내려갔다. 한화는 지난 11일 바티스타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 대구 원정길에 오른 선수단에서 제외시켰다. 지난해 7월 오넬리 페레즈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한화에 입단한 바티스타의 한국 데뷔 첫 2군행. 최근 마무리 보직에서 물러난 바티스타는 중간계투로도 불안감을 키웠다. 그의 2군행을 놓고 퇴출을 위한 사전 조치가 아니냐는 시각이 짙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2군에서 볼을 많이 던져보며 제구를 가다듬으라는 의미다. 퇴출은 아니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배스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션 헨을 데려오는데 두 달 가까이 걸린 한화로서는 확실한 카드가 아닌 이상 바티스타를 섣불리 퇴출하기 어렵다. 한화 구단 고위 관계자도 "대체 선수를 영입하기가 쉽지 않다. 당분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결국 바티스타가 2군에서 회복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순위 싸움이 한창인 6월 중순 바티스타를 2군으로 내린 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조치라 할 수 있다. 어차피 자신감을 잃은 지금의 상태로는 1군에서 통하기 어렵다. 차라리 승부에서 멀어져 2군에서 심신 달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도 하나의 회생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티스타는 2군에서 머무는 열흘간 두 차례 정도 선발등판하게 된다. 한 감독은 "제구를 잡기 위해서는 볼을 많이 던져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 경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선발로 많은 공 던지며 컨트롤과 자신감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이는 두산 김진욱 감독이 노경은을 살리기 위해 쓴 방법과 같다. 김진욱 감독은 불펜투수 노경은을 지난 6일 잠실 SK전에 깜짝 선발로 기용했다.
김 감독은 "불펜에서 자기 것을 찾지 못하며 심리적인 기복을 보였다. 이럴 때 무조건 막아야하는 불펜보다는 조금 더 여유있는 선발로 던지며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 여유있게 던지다 보면 자기 공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노경은은 6⅔닝 3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1실점으로 최고 피칭을 펼치며 기대에 부응했다.
한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모두 바티스타의 부진을 기량 대신 심리적인 이유에서 찾고 있다. 직구 평균 구속 150.2km에서 나타나듯 볼 스피드와 구위는 여전하다. 각도 큰 커브와 컷패스트볼도 갖고 있다. 그러나웬만하면 배트를 내지 않는 상대 타자들의 공략법에 스스로 위축돼 볼을 남발하며 자멸하고 있다. 박찬호도 "볼넷을 주면 안된다는 생각에 많이 위축돼 있다. 과거를 생각할 필요 없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미리 생각해서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그러다 보니 안 좋은 과거를 계속 기억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바티스타를 마무리 대신 중간으로 쓰며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기본적으로 팀 사정상 '편한 상황'이 자주 오지 않았다. 매경기 피 말리는 승부가 이어지는 1군보다는 승패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2군에서 여유를 갖고 회복하는 게 오히려 낫다.
퇴출이나 부상이 아닌 이상 외국인선수의 1군 제외는 분명 특별한 조치다. 과연 바티스타가 2군에서 기상회생할 수 있을까. 바티스타에게나 한화에게나 여유 시간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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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