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에도 트랜스포머는 있다. 올해 7개의 타순을 경험한 손아섭과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며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박준서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두 선수가 있기에 롯데는 탄력적인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지난 해 롯데는 타순 변경이 거의 없는 팀 가운데 하나였다. 전준우와 김주찬이 밥상을 차리고, 손아섭-이대호-홍성흔이 쓸어담고, 하위 타순에서 황재균이 남은 주자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식이었다.
그렇지만 올해는 다르다. 중심 타선에서 이대호가 빠져나간 빈 틈이 아무래도 크게 느껴진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축이 흔들리니 타순 변경이 잦을 수 밖에 없다"고 인정한다. 시즌 초반 타점 1위를 달리던 4번타자 홍성흔까지 최근 갈비뼈 실금으로 인해 1군 엔트리에서 빠진 데다가 전준우까지 타격 감각을 되찾지 못해 타순을 꾸리는 데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

윗돌 빼서 아랫돌 막는 식의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여러 타순을 소화할 수 있는 손아섭의 가치는 보이는 것 이상이다. 현재 타율 3할7리 1홈런 19타점 25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손아섭은 팀 내 수위타자다. 흥미로운 것은 올 시즌 손아섭이 무려 7개의 타순을 경험했다는 것. 4번과 9번만 제외하고 모든 타순에 돌아가며 출전했다.
가장 많이 출전한 건 지난해와 같은 3번 타자다. 이 자리에서 58타수 18안타, 타율 3할1리 1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또한 부상에서 돌아온 시즌 초반엔 7번 자리에 주로 들어갔는데 여기선 54타수 15안타 타율 2할7푼8리 3타점을 올렸다. 15타석 이상 출전한 타순에선 가리지 않고 2할 후반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타순을 상중하로 나눠 손아섭의 타격 성적을 살펴보면 더욱 고르다. 상위타선에선 56타수 19안타(.339), 중심타선에선 62타수 20안타(.323), 하위타선은 74타수 20안타(.270)을 기록하고 있다. 양 감독은 "아섭이는 어디 갖다놔도 제 몫은 하는 스타일이다. 왼쪽 선발 나오면 5~6번에 넣으면 되고 아니면 3번이 가장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비에는 만능맨 박준서가 있다. 박준서는 내외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대표적인 유틸리티 맨이다. 지난해 5가지 종류의 글러브와 미트를 챙겨 다니며 화제가 됐던 LG 서동욱처럼 박준서 역시 여러개의 글러브가 필요하다. 주 포지션은 2루지만 박종윤을 대신해 1루로 나서기도 하고 경기 후반에는 대타로 교체돼 들어가 유격수, 3루수를 소화할 수도 있다.
박준서의 활약이 놀라운 건 불규칙한 출장에도 불구하고 타격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박준서는 타율 3할8푼8리(49타수 19안타) 1홈런 3타점 11득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체 20경기 출장 가운데 선발로는 12경기, 교체로 8경기에 들어갔는데 둘 다 3할대 타율(선발 .395, 교체 .364)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전술적 가치가 더욱 빛나는 건 스위치히터라는 점이다. 좌투수 상대로 타율 5할3푼8리(13타수 7안타), 우투수 상대로 3할7푼(27타수 10안타)을 올리는 등 가릴 것 없이 맹타를 휘두른다. 현재 롯데 타자들 가운데는 타격 컨디션이 가장 좋기 때문에 어느 자리에 대타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수비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매력적이다.
시즌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부상 선수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공격과 수비에서 무한변신이 가능한 이들이 더욱 빛나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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