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원피스를 입지 않는다. 멜빵바지를 입지 않는 이상 남자들의 의상은 기본적으로 위아래가 분리된 ‘투피스’다.
상의는 와이셔츠나 티셔츠를 걸치고, 하다 못해 아무 것도 안 입을 때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입는 것은 하의인 바지다. 어떤 상황이든 바지를 입지 않은 남자를 상상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1년 내내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과연 상의는 바지 밑으로 넣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빼야 하는 걸까?’ 이 시대의 평범한 남자들인 A, B, C군의 말을 들어봤다.

★트렌디한 A군, “넣어 입는 게 바로 옷 잘 입는 것”
A군(29)은 트렌디를 꿰고 있는 ‘패션 피플’이다. 옷을 잘 입는 것이 바로 성공의 비결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에게 요즘 상의를 빼 입은 남자들은 ‘테러리스트’다.
A군은 “최근에는 여성들 사이에 스키니진이 유행하는 것처럼 남자들 또한 슬림한 핏을 선호한다”며 “와이셔츠든 티셔츠든 넣어 입는 게 기본이고, 그게 원래 남성 복장에서 최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에서 잠옷을 입는 게 아닌 이상 출근 복장은 물론 데이트 룩에서도 상의는 반드시 넣어 입어야 한다는 것이 A군의 생각이다. 그는 "가장 예의를 중시하는 스포츠인 골프를 칠 때 상의를 반드시 넣어 입는 걸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캐주얼 자주 입는 B군 “티셔츠는 빼 입어도 제 맛”
B군(25)은 아직 정장과는 거리가 멀다. 주로 피케 셔츠와 라운드넥 티셔츠를 입는다.
그 역시 최근 트렌드가 상의를 바지 아래 넣어 입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때문에 열 번 중 일곱 번은 넣어 입는다. 하지만 나머지 세 번은 어떻게 할까?
헐렁한 시스루 티셔츠처럼 도전적인 아이템을 즐기는 B군은 “헐렁헐렁한 핏의 티셔츠라면 넣어 입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겨울철 두꺼운 스웨터를 바지 안에 넣어 입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그는 “셔츠도 너무 허벅지를 덮는 길이가 아니라면 슬림한 바지 위에 살짝 빼 입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캐주얼한 티셔츠라면 더욱 그렇다. 넣어 입더라도 너무 타이트하게 몸에 붙여서 넣어 입으면 오히려 촌스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B군은 또 “빈티지 스타일의 면 티셔츠나 피케 셔츠에 카고 팬츠나 반바지를 입는데 넣어 입는다는 것도 좀 상상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뱃살이 고민인 C군 “넣어 입더라도 ‘잘’ 해야”
C군(33)은 서른이 넘으면서 늘어난 뱃살이 고민이다. 요즘의 정석대로 바지 안에 상의를 넣어 입으면 ‘꼴불견 패션’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벨트 위에 늘어진 군살’을 보여주게 된다.
C군은 이를 피하기 위해 셔츠를 넣어 입더라도 살짝 여유있게 빼서 밑단을 넣는 방법으로 뱃살을 최대한 가린다. 그는 “단추를 여밀 수 있는 재킷을 걸쳐 허리 부분을 최대한 보여주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며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려면 늘 넣어 입어야 하지만, 출근할 때를 빼고는 면 티셔츠에 캐주얼한 바지를 입고 상의를 빼는 게 역시 마음 편하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하지만 출근할 때는 다르다. C군은 “직장이나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 와이셔츠를 양복 바지 위로 빼 입는 것은 개인적으로 최악이라고 생각한다”며 “몸에 잘 맞는 사이즈의 양복을 입고 벨트를 매면 적어도 청바지보다는 뱃살이 보이지 않게 입을 수 있으니 남자들에게 다행이긴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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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군샵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