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째 4번 타자' 롯데, 임자를 찾습니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13 10: 40

지금은 일본 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한 이대호(30,오릭스 버펄로스)는 시즌 초반 고전할 때 4번 타자의 중압감에 대해 이런 말을 했었다.
"어느 팀이건 4번을 친다는 중압감은 대단하다. 여기(오릭스)에 와서도 반드시 타점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한 이대호는 "특히 롯데의 4번 타자는 더욱 그렇다. 좋은 성과를 거뒀지만 언제나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정말 롯데의 4번 타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이대호의 말 처럼 롯데는 올 시즌 4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캠프에선 홍성흔(35)과 전준우(26)를 저울질 하다 결국 최종 결정은 홍성흔이었다. 홍성흔은 시즌 초반 홈런, 타점부문 선두를 질주하는 등 4번 타자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5월달에 접어들며 홍성흔의 페이스가 떨어졌다. 잔부상에 홍성흔이 시름하자 이번엔 전준우가 그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전준우는 4번으로 선발 출전한 12경기에서 40타수 9안타, 타율 2할2푼2리에 그쳤다. 홈런은 단 하나도 없었고, 가장 중요한 타점 역시 2점 밖에 기록하지 못 했다.
5월을 지나 6월까지는 홍성흔과 전준우가 번갈아가며 4번을 맡는 광경이 펼쳐졌다. 몸 상태가 100%라면 홍성흔이 줄곧 4번을 쳤겠지만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그래도 홍성흔은 4번 타자로 출전한 37경기서 타율 3할8리(133타수 41안타) 6홈런 22타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문제는 홍성흔이 스윙 도중 오른쪽 갈비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입으면서 부터다. 결국 9일 사직 KIA전을 앞두고 홍성흔이 말소되며 롯데는 새로운 4번 타자를 찾아야 했다. 몇 차례 4번을 쳤던 전준우는 타격 슬럼프로 1번 타자로 나서며 감각 찾기에 몰두하고 있던 상황. 결국 롯데는 팀 내 홈런 1위(7개) 강민호(27)를 새로운 4번 타자로 낙점했다.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장타력이 있는 강민호를 홍성흔이 돌아 오는데 걸릴 것으로 보이는 2~3주 동안 4번으로 쓸 것"이라고 공언했다.
KIA와의 주말 2연전 모두 4번 타자로 나선 강민호는 8타수 1안타로 침묵했다. 더 큰 문제는 10일 경기에서 투수의 공에 오른쪽 엄지 손가락을 맞아 타박상을 입은 것이다. 결국 12일 사직 두산전에서 강민호는 빠지게 됐고 다시 롯데는 새로운 4번 타자가 필요해 졌다.
양 감독의 최종 선택은 황재균(25)이었다. 야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4번 타자로 나선다는 황재균을 두고 양 감독은 "최근 타격감이 좋고 타순에 구애받지 않는 선수다. 기대를 안 할 때 중요한 것 한 방씩 쳐 줄 능력도 있다"고 믿음을 보냈다. 황재균은 12일 경기에서 6타수 1안타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다만 연장 11회 내야안타로 출루한 황재균은 정보명의 안타 때 홈을 밟아 동점을 이루는 값진 득점을 올렸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양 감독은 "강민호와 홍성흔이 부상이다. 강민호는 한 이틀이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데 홍성흔은 2주 정도 걸릴 것 같다"면서 "황재균은 워낙 자신감이 넘치는 선수라 4번에 넣었다. 부담을 안 주려고 수비만 잘 하라고 했는데 잘 해줬다"고 말했다. 잘 했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사실 황재균 4번 카드도 한 경기만 놓고 본다면 성공은 아니었다. 벌써 네 명째 4번 타자가 탄생한 롯데. 홍성흔이 돌아오기 전 까지 그 자리를 채워 줄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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