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과 친화력. 야구에 대한 진지함을 갖춘 만큼 자존심도 대단한 투수. 첫 블론세이브에 육안으로도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결국 시즌 첫 블론세이브와 함께 패전까지 떠안았다. 두산 베어스 마무리 스콧 프록터(35)의 12일은 너무도 험난했다.
프록터는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서 3-2로 앞선 연장 11회말 마운드에 올랐으나 1⅔이닝 4피안타(사사구 2개) 2실점으로 3-4 경기를 내주며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시즌 15세이브(12일 현재)로 단독 선두 자리에 있는 동시에 봉중근(LG)과 함께 유이한 ‘블론세이브 0’의 자존심을 지키던 투구 릴레이가 깨진 순간이다.
블론세이브 장면은 대타 정보명(32)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정보명은 11회말 1사 2루 볼카운트 1-1에서 프록터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정보명은 “직구를 노리고 들어갔는데 슬라이더가 왔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당시 상황은 1사 2루 순간. 범타가 되더라도 선행주자인 황재균을 3루로 보내고자 밀어치려던 정보명의 배팅은 슬라이더가 날아들며 받아치는 중전 안타가 되었다.

2루수 고영민이 따라갔으나 이는 2-유 간을 가르는 타구였다. 아웃카운트와 주자 2루 상황인 만큼 두산 수비 시프트도 밀어치는 데 대비하고 있었으나 롯데 입장에서는 행운, 두산 입장에서는 불운이 나오면서 동점 적시타가 나왔다.
이후 프록터는 목 주변까지 붉게 변할 정도로 심리적인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동료인 더스틴 니퍼트가 온순한 매너남인 모습과 미묘하게 다른 프록터는 그야말로 ‘열혈남아’ 스타일이다. 박준서의 투수 앞 땅볼, 변용선의 유격수 땅볼로 이닝을 마무리한 프록터였으나 결국 그는 12회말 두 개의 안타와 두 개의 볼넷을 허용, 조성환에게 끝내기 밀어내기 포볼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경기 후 김진욱 감독은 오히려 프록터를 감쌌다. 팀이 이전 한 주간 1승 4패로 고전했던 만큼 프록터의 출장 기회도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6일 SK전서 김동주의 끝내기타로 2-1 승리를 거뒀을 때 승리투수가 바로 프록터였다. 6일 등판 이후 휴식일 포함 엿새를 쉬었으니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프록터가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동안 지는 경기가 이어지다보니 자주 등판하지 못해 경기 감각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블론세이브에 아랑곳없이 자기 몫을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
성적은 좋지 않았으나 프록터는 최고 153km의 직구를 연신 뿌렸을 정도로 몸 상태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한국무대에서 기록한 첫 블론세이브 이후 선수 본인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있다. 2주 전 가량 ‘블론세이브가 없는 세이브 부문 선두더라’라며 말을 건네자 프록터는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다.
“사람인 이상 블론세이브 하나도 없이 시즌을 마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쁜 과정으로 블론세이브를 얻게 된다면 메이저리그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경기에 구애받기보다 다음에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욱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구위 보완에 힘쓰는 것이 우선이다. 깊은 플라이 타구를 허용하고서도 세이브를 얻는 사람도, 수비가 빈 곳으로 떨어진 바가지 안타로 인해 고개를 떨굴 수 있는 투수가 바로 마무리다”. 적어도 프록터는 블론세이브 충격에 대해 빠른 디버깅을 할 수 있는 투수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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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