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골맛과 바꾼 희생 '약속' 이행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2.06.13 07: 30

약속을 지켰다. 자신의 기록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대표팀 최고참 이동국(33, 전북)이 레바논전서 보여준 모습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2일 밤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인 레바논과 경기서 A매치 데뷔골을 포함 2골을 터뜨린 김보경의 '원맨쇼'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작년 11월 3차 예선 레바논 원정에서 당한 1-2 패배를 말끔하게 설욕한 한국은 2승(승점 6·골 득실 +6)으로 A조 선두를 내달렸다. 한국은 이란·우즈베키스탄·레바논·카타르와 함께 속한 A조서 최소한 조 2위를 차지해야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한국은 9월 11일 우즈베키스탄과 원정 3차전을 치른다.

승리의 일등 공신은 2골을 터트린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카타르전에서 2도움을 기록하며 4-1의 승리를 이끌었던 김보경은 A매치 마수걸이 골을 터트리며 3-0의 승리를 이끌었다.
주인공은 김보경이었지만 그를 위해 맹렬히 뛴 이동국이 아니었다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힘들었다.
경기 전날 열린 기자회견서 이동국은 동료들을 위해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후배들과 훈련을 많이 했다"면서 "카타르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중앙이 밀집되어 있는 상황일 것이다. 볼을 많이 받지 못하더라도 중앙에서 버티면 동료들에게 기회가 올 것이다. 레바논 수비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면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측면에서 올라오는 기회를 연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이동국은 "카타르전에서 워낙 집중적으로 수비가 붙어 볼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골을 만들기 위해서 좋은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레바논과 경기서 이동국은 자신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했다. 물론 그는 A매치에서 3경기째 득점포 침묵을 이어갔다. 지난 2월 29일 쿠웨이트와 3차예선 최종전에서 골맛을 봤던 그는 지난달 31일 스페인, 9일 카타르에 이어 약체 레바논과 경기에서도 골을 넣지 못했다.
이동국은 후반 12분 아크 정면에서 구석을 노리는 오른발 슈팅을 때렸지만 아쉽게 빗나갔다. 그리고 9분 뒤에도 왼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사마르 골키퍼의 손에 막혔다.
하지만 그는 이날 골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전날 자신이 말한 대로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중앙 미드필드 진영에서 제대로 볼 배급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레바논 수비진에서 고군분투했다. 또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수비와 경쟁을 통해 후배들에게 연결하면서 골 맛을 볼 수 있도록 도왔다.
김보경 이근호(울산) 등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도 중앙에서 이동국이 버텨냈기 때문. 만약 이동국이 더 욕심을 냈다면 오히려 상황이 좋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장을 빠져 나가던 이동국의 얼굴은 밝았다. 그는 "팀이 승리해서 기쁘다.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팀 승리에 도움을 줘서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골게터로서 골을 터트리지 못한 것은 분명 다시 되돌아 봐야 한다. 하지만 레바논전에서 이동국이 보여준 희생심은 노장으로서 대표팀서 활약을 이어갈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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