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km이 153km를 압도했다.
지난 1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KIA의 경기는 이질적인 투수들의 대결이었다. 150km가 넘는 KIA 헨리 소사와 143km에 불과한 넥센의 밴헤켄이 맞섰다. 결과는 헤켄의 완승. 투수는 스피드가 아니라 제구력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소사는 3이닝동안 9안타를 맞고 7실점했다. 1회에만 5점을 내주고 무너졌다. 4경기에서 3패를 당했다. 결국 두 점을 더주고 3회를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넥센 타자들이 워낙 잘 쳤다. 153km짜리 볼을 던지고도 완패를 당한 이유는 거의 모두 한복판을 중심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단조로운 구질인데다 입맛 좋게 가운데로 던지니 넥센 타자들은 마치 배팅볼을 치듯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빠른 구속이지만 종속이 낮았다. 포심 직구보다는 투심과 커터형 직구를 던지지만 좌우로 떨어지지 않아 밋밋햇다. 수직형 변화구를 던지지 못했다.
반면 밴헤켄은 6이닝동안 5안타 2사사구를 내주고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5승째를 수확했다. 볼이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드물었다. 모두 구석 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볼이었다. 사구와 폭투도 있었지만 제구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직구는 최고 143km에 그쳤지만 볼끝에 힘이 살아있었다. 위기때는 정교한 변화구로 병살타를 유도하는 지능적인 투구를 했다. 힘보다는 완급과 제구력으로 상대를 요리했다. 쉽게 쉽게 상대를 유인하는 투구였다. 방어율 2.69의 안정감을 보였다.
소사는 2경기 연속 난타를 당하면서 근심을 안겨주고 있다. 그는 투구 버릇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투구폼까지 바꾸는 등 노력했다. 그러나 제구력이 갑자기 떨어졌고 팀은 다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 밴헤켄은 제구력이 생명이라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순항하고 있다. 팀도 잘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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