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두산, ‘파이터형 구심점’ 필요한 이유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6.14 07: 33

“선수들이 너무 얌전하다. 그래서 자신이 잘 못했다고 생각하면 나와 마주쳤을 때 ‘죄송합니다’라고 하더라. 왜 나한테 죄송하게 생각하는가”.
왁자지껄한 선수가 있으면 일단 분위기의 급격한 침체는 막을 수 있다. 함께 고생하는 와중에서 다시 반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간의 가벼운 소통도 없이 엄숙한 표정만 짓게 된다면 그 집단의 내재된 문제점이 더욱 부각될 뿐이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4연패 와중에서도 오기를 불태우는 선수들의 적극성을 바랐다.
두산은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서 팽팽한 경기를 벌인 끝에 결국 연장 12회말 조성환에게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 3-4로 석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시즌 전적 24승 1무 26패(12일 현재)로 단독 6위까지 내려앉았다. 한때 살얼음 구도에서 SK, 롯데 등과 선두 자리를 다투던 두산은 현재 선두 SK에 5경기 차까지 밀려있다.

경기 전 두산 덕아웃은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LG에 2패를 당하면서 상대 전적 1승 7패로 밀려버리며 상승세를 헌납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타자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던 김 감독은 “구심점이 있었으면 한다”라는 직접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선수들이 너무 얌전하다. 다들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데 결과가 잘 안 나오다보니 나와 마주치면 ‘죄송합니다’라는 말부터 하더라. 왜 선수들이 내게 죄송하게 생각하는가. 결과가 안 좋다고 내가 그 선수를 미워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팀의 구심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김 감독이 언급한 팀의 구심점. 이는 과거 홍성흔(롯데)이 두산 시절 보여주던 모습을 재현할 만한 선수를 필요로 하는 것과 같다. 홍성흔은 두산 시절 팀이 침체에 빠졌을 때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고 동료에게 밝은 격려조의 이야기나 장난스러운 ‘디스’도 서슴지 않는 선수였다. 이는 팀이 연패 시 성적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다시 반등 기회를 찾는 돌파구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현재 두산은 그 역할을 해주는 선수를 찾기가 힘들다. 주장 임재철이 그 역할을 하고자 애썼으나 그는 현재 오른손 소지 골절상으로 전열 이탈한 상태다. 최선참 김동주나 투수진 맏형 김선우는 팀 내 위치 상 가볍게 이야기를 하는 선수들이 아니고 부주장 이종욱, 손시헌 등도 얌전하고 착한 선수들 축에 속한다.
3번 타자 김현수가 훈련 시 소리도 높이는 등 밝게 움직이고자 하는 선수지만 팀의 구심점 노릇을 하기는 아직 연차나 나이가 어린 편인 것이 사실이다.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성적이 떨어졌을 때 어느 순간 선수들은 대체로 안 좋은 부분을 전체 미팅 자리에서 함구하며 ‘내일 경기 잘 하자’라는 정도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활발하게 움직이며 감정 표현을 서슴지 않던 오재원의 부상이 아쉽다. 현수가 그 구심점 역할을 하면 좋을 스타일인데 아직은 연차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KIA에서 최희섭이 삼진을 당하고 방망이를 던지는 모습을 선동렬 감독이 오히려 더 좋게 봤다고 하더라. 근성 있게 움직이고 동료들이 깨우칠 수 있도록 액션을 취해주는 구심점이 우리 팀에도 필요하다”.
쉽지 않은 역할이다. 대체로 한국 사회는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을 때 왁자지껄하거나 과도한 몸 동작을 터부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행동대장’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팀 분위기의 급격한 추락은 더더욱 피할 수 없다. 선수들의 힘든 지경을 알고 등을 다독이며 '함께 나가자'라고 목소리를 높일 선수. 두산에는 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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