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박주영이 군대 안가면 내가 대신 갈 것"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6.13 11: 13

"(박)주영이가 군대 안 간다고 하면 제가 대신 간다고 말씀드리러 나왔습니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뼈가 있었다.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은 그 한 마디에 제자 박주영(27, 아스날)에 대한 애정과 다짐을 담았다.
병역 논란에 휩싸인 박주영이 1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1층 로비에서 홍명보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병역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의 골자는 병역연기 논란의 배경을 박주영 본인이 직접 설명하고 반드시 현역으로 입대하겠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다짐한 데 있었다. 기자회견이 열린 시기도 시기일 뿐만 아니라 홍 감독이 동석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올림픽팀의 와일드카드 한 자리가 박주영에게 이미 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팽배했다.
자연히 홍 감독이 기자회견에 동석한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 "(박)주영이가 군대 안 간다고 하면 내가 대신 간다고 말씀드리러 나왔다"고 농담처럼 답하며 "나 역시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예비명단 35명 안에 박주영의 이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홍 감독은 지난 7일 시리아와 평가전이 끝난 후 공격진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박주영과 연락해 보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시리아전이 끝난 후 박주영과 만나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내가 박주영을 설득했다기보다 본인이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기자회견이 열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박주영에게 고맙다"고 전한 홍 감독은 "내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감독으로서 갖고 있는 하나의 철학 때문이다. 필드 안팎을 막론하고 선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나는 언제든 그 선수와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되어 있다"며 "(박주영이)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지만 옆에서 용기를 주는 것이 축구 선배이자 올림픽팀 감독으로서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올림픽팀 감독으로서 시달려야했던 고민도 솔직담백하게 털어놨다. 홍 감독은 "팀을 선택할 것이냐 박주영을 선택할 것이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나중에 굉장히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7월 2일 대표팀을 소집할 때 그 자리에 박주영이 나타나면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인지 충분히 예측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 팀이 흔들리고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박주영에게 해결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고 전한 홍 감독은 "박주영 본인도 한국에 와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자회견을 통해 와일드카드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와일드카드에 대한 관심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와일드카드 한두 명보다 15, 16명의 선수들이 더 중요하다"며 "와일드카드로 누가 들어오더라도 팀에 녹아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와일드카드를 활용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모나코에서 받은 장기 거주 허가와 관련, 국내 체류 일수에 제한을 받는 박주영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곧바로 일본으로 출국, 몸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개인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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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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