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길 어렵게 돌아온 박주영, "마음이 편안하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6.13 11: 53

"말주변이나 이런 것이 많이 없다보니까 심정에 대해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말씀드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
기자회견 내내 박주영(27, 아스날)은 먼 곳을 보고 있었다. 질문을 던진 기자를 바라보지도, 옆에 있는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기자회견 자리에 있는 것이 마냥 어색하다는 듯 먼 곳만 바라본 박주영의 모습은 지금 그가 서있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병역논란에 휩싸인 박주영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박주영은 1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1층 로비에서 홍명보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병역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의 시기가 미묘했다. 침묵의 시간을 거쳐 입국한 지 꼬박 한 달 만에 가진 기자회견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박주영의 입을 거쳐 다시 듣는 자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했던 자리였다. 너무 오래 미뤄뒀던 자리였을 뿐이다.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이미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 레바논 2연전을 앞두고 있던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물론 2012 런던올림픽 본선에 나설 와일드카드 선택으로 고심하던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가 박주영에게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기자회견을 권했지만 줄곧 침묵으로 일관해온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박주영의 설명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염치 불구하고 국가대표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가질 수 없었다"는 것.
하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박주영이 직접 기자회견에서 입을 열어 "반드시 현역에 입대하겠다"고 공표한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많이 누그러진 분위기다. 병역 논란에 대한 미심쩍은 부분이나 편법의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박주영 본인의 입에서 나오는 '사실'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홍 감독이 동석한 점 역시 박주영에게는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지난 7일 시리아전 이후 박주영의 필요성을 느낀 홍 감독은 직접 연락을 해 박주영과 만남을 가졌다. "마음을 열고 대화를 했다, 결정은 박주영이 했다"고 부연 설명한 홍 감독은 "이렇게 어려운 자리에 박주영을 혼자 보낼 수 없었다"고 동석의 이유를 밝혔다.
박주영의 고려대 선배이자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당시 홍명보호에 와일드카드로 참가하며 사제지간의 연을 맺은 홍 감독은 "주영이가 군대에 안 간다고 하면 내가 대신 갈 것"이라고 강조하며 두문불출하던 박주영을 밖으로 이끌어냈다.
홍 감독은 이날 예비 엔트리 35명에 박주영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박)주영이를 통해 생긴 병역논란과 같은 부분들을 해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부분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와일드카드를 뽑게 되면 우리 팀이 무너질 것"이라고 이야기해 박주영의 와일드카드 발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자회견 내내 굳은 얼굴로 먼 곳을 바라보던 박주영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제 입장을 정리해서 말씀드리는 것이었다.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며 "말주변이나 이런 것이 많이 없다보니까 심정에 대해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말씀드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고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쉽게 갈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던 것은 결국 박주영 본인이다. 한 달 만의 기자회견으로 어렵사리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박주영. 쉬운 길을 돌아온 그가 앞으로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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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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