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 최강희호의 에이스로 떠오른 김보경(23, 세레소 오사카)이 일본으로 출국했다.
김보경은 지난 12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인 레바논과 경기서 A매치 데뷔골을 포함 2골을 터뜨리는 원맨쇼를 펼치며 한국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29분 이근호의 크로스를 받아 지체없이 왼발로 밀어넣으며 A매치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고, 후반 2분에는 염기훈의 패스를 받아 중앙선부터 질풍 같은 드리블 돌파 후 침착하게 골문 안으로 밀어넣으며 레바논 격침의 선봉장이 됐다. 지난 9일 카타르전서 2도움을 기록하며 4-1 대승의 주역이 된 뒤 또 한 번 비상하는 맹활약이었다.

이제 소속팀 경기를 위해 13일 오후 김포 공항서 출국한. 김보경은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겠다"고 말문을 연 뒤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내려줘서 고맙기도 하고 부담스러운 느낌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감사한 부분이지만 주변의 관심과 인기는 어제 내린 눈처럼 녹아버릴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보경은 '한국 축구의 상징' 박지성(3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똑 닮은 행보를 걷고 있다. 대학 도중 K리그로 가지 않고 J리그로 도전을 선택한 것과 일본에서 활약을 발판으로 박지성은 2002 한일 월드컵을, 김보경은 2010 남아공 월드컵과 2011 아시안컵 무대를 밟으며 어린 나이에 국제 무대를 경험한 점도 신기하리만치 비슷하다.
그리고 대표팀을 이끌었던 박지성이 은퇴하자 그 공백을 왼쪽 측면에서 뛰고 있는 김보경이 완벽히 메우고 있는 점. 측면뿐만 아니라 중앙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은 박지성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이에 대해 김보경은 "박지성 후계자라는 말이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며 "정말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때 대선배 박지성과 룸메이트의 행운을 잡은 김보경은 감사한 마음과 함께 존경을 표했다. "당시 막내였던 내가 불편하지 않게 (박)지성이 형이 배려를 해줘 정말 고마웠다"며 "형은 정신력이 정말 강한 것 같다. 항상 흔들림이 없고 정말 믿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박지성에 대해 존경을 표하는 한편 박지성에게 가장 빼앗아 오고 싶은 것으로 '정신력'을 꼽기도 했다.
김보경은 2011~2012 J리그서 12경기에 출전해 7골을 기록하며 득점 부문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전문 골잡이가 아닌 것을 감안하면 그의 기량이 물이 올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록. 올림픽 대표팀에 이어 A대표팀에서도 연일 맹활약을 펼치는 그에게 J리그는 이제 너무 좁기만 한 무대다.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할 시점인 것.
김보경은 "유럽 진출은 기회가 된다면 나가고 싶다"며 "지금은 올림픽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즐겨 본다"는 그는 "한국 선수들이 뛰고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고 설명했다.
최강희호에 2연승을 선물한 김보경은 오는 16일 산프레체 히로시마와 리그 경기를 통해 J리그에 복귀한다. 올림픽을 코앞으로 앞둔 김보경이 한 단계 더 비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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