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을 보니까 강민호가 대주자로 나가려고 스파이크 끈 묶고 있더라고".
발이 빠른 편이 아닌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가 대주자로 투입된다?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그렇지만 12일 두산전에서 실제로 성사될 뻔했다.
13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인구는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지난 3월 연습경기 도중 왼쪽 발목 부상을 당했던 이인구는 재활을 거쳐 8일 1군에 올라왔었다. 이후 3경기에서 6타수 1인타를 기록한 이인구는 다시 2군에서 몸을 완벽하게 만들 예정이다.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이인구가 주루플레이가 아직 완벽하게 안 된다. 어제(12일)도 연장전에서 안타치고 난 뒤에 자기 발목을 보면서 벤치에 안 되겠다고 사인을 보내더라. 뛰는 건 되는데 턴 하는게 힘들다. 주자로 나가면 턴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지명타자로도 뛸 수가 없다"라고 이인구의 2군 행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어제 이인구가 연장 12회 안타 치고 나갔는데 강민호가 스파이크 끈 묶으며 대주자로 나가려고 하더라. 알고 보니 코치가 대주자로 준비하라고 했다더라"면서 "어떻게 강민호를 대주자로 내보내냐. 그냥 앉아있으라 했다"며 웃었다.
강민호는 우측 엄지 타박상으로 12일 경기엔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롯데 야수들 가운데 발이 가장 느린 편인 강민호가 이인구를 대신해 베이스에 나가려 하니 양 감독이 놀란 것이다. 다행히 이인구는 크게 뛸 필요없이 끝내기 결승 득점을 올렸다. 전준우의 중전안타로 2루까지 편하게 갔고, 이후 볼넷 2개로 걸어서 홈 까지 돌아온 것이다.
과연 강민호는 정말 느릴까. 지난 2월 전일수 심판위원은 롯데 스프링캠프지인 가고시마를 방문, 롯데에서 가장 발이 느리다고 알려진 강민호에게 달리기 내기를 제안했다. 심판 가운데 가장 빠른 전일수 심판위원을 상대로 강민호는 승리를 거둬 가욋돈을 챙긴 바 있다. 그리고 나서 강민호는 "이래뵈도 제가 100m 13초 내로 끊는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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