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안타’ 이종욱, 준비가 더욱 좋았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6.14 06: 20

“대기타석에서의 행동이 이전과 달랐다. 그만큼 준비하고 들어간 선수가 좋은 활약을 보여주니 정말 기쁘다”.
근간의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자기 타순이 아닌 다른 자리에서 기회를 얻다가 때려낸 한 경기 3안타. 감독은 3안타라는 결과보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상대 투수의 공과 패턴을 지켜보고 생각했다가 때려냈다는 점을 더욱 높이 샀다. ‘종박’ 이종욱(32, 두산 베어스)이 오랜만에 제 위력을 떨쳤다.
이종욱은 13일 사직 롯데전서 6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 1타점을 올리며 팀의 7-1 승리에 공헌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롯데전 5연패 및 최근 4연패에서 벗어났다.

올 시즌 이종욱은 44경기 2할4푼4리 16타점 9도루(13일 현재)로 아직 제 명성다운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5월 들어서 떨어지는 페이스를 붙잡지 못하고 무릎 부상까지 겹치며 고전했던 이종욱은 지난 4월 8일 잠실 넥센전 4안타 이후 두 달 여 만에 한 경기 3안타에 성공했다.
시즌 전부터 ‘우리팀 1번 타자는 이종욱’이라며 믿음을 보였던 김진욱 감독도 이종욱의 부진이 계속되자 9번 타자로도, 7번 타자로도 투입하는 동시에 경기 전 훈련에 있어서도 그의 타격을 유심히 지켜봤다. 손이 아래로 쳐져 나오면서 빠른 공에 대한 반응 속도가 떨어졌다는 것이 감독의 평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이종욱에게 더욱 바랐던 것은 대기 타석에서의 바람직한 준비과정이었다.
“우리 팀 타자들은 대기 타석에서 몸을 풀거나 하는 모습이 많았다. 중요한 과정이지만 몸만 푸는 것이 아니라 앞 타자에게 상대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고 평소에 비해 어떤 컨디션인지, 어느 카운트에서 어떤 공을 던지는 지 등을 보고 ‘어느 코스나 구종은 거르고 어떤 공은 공략하겠다’라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선다면 고맙겠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보여줬으면 한다는 바람이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살아났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뻤던 것은 대기타석의 준비 자세가 너무 좋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종욱의 부활이 기쁘다”라고 밝혔다. 상대 선발 이용훈을 비롯한 롯데 투수진의 투구 패턴이나 현재 컨디션을 유심히 지켜본 뒤 계산에 넣은 뒤 당장의 배경지식을 갖추고 타석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무조건 ‘공을 오래보자’라는 식으로 이종욱이 대결을 늦게 펼친 것은 아니었다. 이종욱은 네 번의 타석에서 총 11개의 공을 봤다. 안타를 때려낸 것도 모두 3구 이하에서 결정된 타격이었다. 1차원적인 ‘공보고 공치기’가 아니라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눈여겨보고 나선 뒤 원하는 코스의 공에 과감하게 휘둘렀다는 점에 점수를 더욱 높이 준 감독의 이야기였다.
이종욱은 2000년대 후반부터 두산의 팀 컬러를 대표하던 선수인 동시에 타선 선봉장으로서 득점 루트를 개척하던 타자다. 지난해 결정적인 순간 부상 등으로 제 활약을 펼치지 못한 데 대해 책임감을 느꼈으나 최근 부진으로 인해 더욱 미안한 마음을 갖던 이종욱. 좋은 준비과정을 통해 1경기 3안타를 보여준 이종욱이 앞으로도 그 모습을 이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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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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