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정리' 박주영이 간과한 2가지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2.06.14 07: 23

굳게 닫혀있던 입이 드디어 열렸다. 예상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대한축구협회와 최강희 대표팀 감독의 요구에는 호기있게 답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병역 문제로 인해 복잡한 심경을 가진 박주영(27, 아스날)이 병역 의무를 다할 것이라는 다짐을 내놨다. 그동안의 입장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 1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로비에서 박주영은 마음을 비운 듯한 표정으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함께 들어와 담담하게 자신이 준비한 원고를 읽었다.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는 각오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박주영은 "나를 사랑해 주신 국민과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국군 장병들에게 죄송하다"면서 "이민을 가거나 병역을 회피하려는 뜻이 아니었다. 병역을 이행하겠다는 자필 서약서를 병무청에 냈다. 이제 몸으로 실천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병역 연기 허가를 받은 사실을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것은 내 생각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바로 말했어야 했는데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늦어졌다"고 전했다.
모나코 공국에서 10년 장기 체류 자격을 얻어 만 37세가 되는 2022년까지 병역 연기를 허가 받은 박주영이 말한 요지는 간단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다할 것이라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간과한 부분이 있다.
박주영은 왜 병역을 연기했느냐는 질문에 선수생활을 마치고 복무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박주영에게 궁금한 것은 장기 체류 자격을 얻기 위해 꼼수를 쓴 이유다. 현역으로 군대를 가겠다는 것은 차후의 일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주장까지 맡았던 그가 병역 의무를 연기하기 위해 쓴 꼼수는 정당화 될 수 없다. 만약 꼼수가 정당화 된다면 박주영은 대표팀에서 활약을 그저 유럽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35세 이전에 돌아와 현역으로 입대하겠다"는 다짐은 훌륭하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법을 이용했다. 또 병역 연기 허가를 받은 사실의 공표가 입장 정리 과정에서 늦어졌다는 말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국가대표 주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면 더 일찍 입장을 정리했어야 한다. 그저 한 마디의 짧은 사과로만 해결되기에는 너무 많이 곪았다.
입장 정리에 많은 시간을 보내던 박주영은 귀국한 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라고 요청했는데도 거절한 것과 관련, “대표로 선발되고 말고는 감독 고유 권한인데 나서서 불러 달라는 식의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은 감독에게 부담을 줄까 두려웠다. 하지만 감독 요청에도 응하지 않은 것은 내가 부족해 생긴 잘못”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이 부분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자 했다면 먼저 밝혔어야 한다. 선수 한 명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 대한축구협회와 최강희 감독은 선수에게 기회를 줬다. 그러나 그는 협회와 최강희 감독에게는 묵묵부답하면서 자신의 모교인 고려대 학보와 인터뷰서 "병역 문제에 대해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말한 것을 실천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기의 상황서 축구협회와 최강희 감독은 선수가 홀가분하게 털어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차버렸다. 필요 없다는 말과 상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제서야  밝혔다. 그리고 올림픽대표팀의 홍명보 감독과 함께 였기 때문에 더 아쉽다. 만약 그가 진정성을 보인다면 최강희 감독과 함께 나서는 게 맞다.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던 쪽은 대표팀이었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과 함께 한 것은 런던 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홍명보 감독도 진정으로 후배를 위하는 길을 선택하려 했다면 박주영이 최강희 감독과 혹은 단독으로 인터뷰를 하게 설득하는 것이 옳았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대표팀서 뛸 것인지 고민을 했나"라는 질문에 "뛰거나 안 뛰거나 하는 건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입장을 언제 어떻게 말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고민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최근 박주영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결국 모양새가 좋지 않았고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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