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1군에 있는 건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12일 사직구장. 연장으로 접어든 이날 경기는 11회 초 두산 고영민이 김사율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뽑아내며 두산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우는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은 올 시즌 단 한 차례도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지 않던 철벽의 마무리 스캇 프록터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롯데는 끈질긴 뒷심을 발휘, 연장 11회 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선두타자 황재균이 내야안타로 출루했고, 조성환의 땅볼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양승호 감독은 신본기 대신 대타 정보명을 선택했다. 정보명은 올 시즌 아직 안타가 없던 상황. 하지만 프록터의 슬라이더 실투를 가볍게 받아 쳐 중전안타를 터트렸다. 결국 롯데는 연장 12회 조성환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이 나오며 4-3으로 승리를 거뒀다.

여기서 눈길을 끈 것은 박정태 타격코치의 모습이다. 박 코치가 정보명이 대타로 나간 뒤 벤치에 서서 양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정성껏 기도를 하는 장면은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방송됐다. 결국 정보명이 기대에 부응해 동점 적시타를 치고 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따뜻하게 포옹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 장면은 13일 롯데 더그아웃에서 화제를 모았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박정태 코치가 처음 1군 코치라는 힘든 자리를 맡았다. 어제는 더그아웃에서 선수보다 훨씬 더 큰 목소리로 화이팅을 외쳐서 목이 다 쉬었더라. 그 모습이 정말 안쓰러웠다"고 말하고는 "그러면서 경험이 쌓이는 것이다. 때론 인상도 써 봐야 성장한다"며 흐뭇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박 코치가 그토록 간절하게 기도했던 건 무슨 의미일까. 답은 지난해 함께 2군에서 고생했던 선수들에 대한 기억에 있었다. 박 코치는 "(박)종윤이, (박)준서, (이)승화, (정)보명이 모두 작년까지 2군에서 함께 고생했던 선수들이다"라며 "그때 선수들에게 했던 이야기가 '우리 네 명이 지금은 고생하지만 다 같이 함께 1군에 올라올 날은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코치는 "선수들로 하여금 힘을 내도록 하기 위해 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 네 명이 지금은 모두 1군에 올라와서 활동을 하고 있다. 마침 보명이가 대타로 나가지 않았나. 그래서 나도 모르게 보명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미 주전으로 자리잡은 박종윤과 최근 좋은 활약을 이어가는 박준서, 그리고 대수비로 콜업된 이승화와 대타를 맡고 있는 정보명 모두 만년 기대주라고 할 수 있다. 매년 2군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들이지만 인고의 시간을 보낸 이후 더욱 강해져 팀에 돌아왔다. 올 시즌 '상동 자이언츠'로 대표되는 2군 선수들의 반란에는 2군 코칭 스태프 뿐만 아니라 지난 해까지 2군 감독을 맡았던 박 코치의 간절한 소망이 깃든 게 아닐까.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