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한화가 다시 무기력증에 빠졌다. 중요한 시기에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 12~13일 대구 삼성전에서 연이틀 완패했다. 첫날부터 3-9로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무너진 한화는 이튿날에도 1-7로 졌다. 투타에서 삼성에게 완벽하게 밀리며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순위 싸움의 분수령이 될 6월 중순, 한화는 연일 뒷걸음질치고 있다.
특히 13일 경기가 뼈아팠다. 1회 강동우의 2루타와 장성호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었지만 그게 이날 경기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선발 유창식은 1-2로 뒤진 4회 1사 2루에서 김상수의 강습 타구를 잡아 2루 주자 손주인을 런다운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끝까지 몰아가지 못한 채 중간에 공을 넘겨주는 바람에 타자 주자 김상수의 2루 진루를 허용하고 말았다.

유창식에게 걸린 2루 주자 손주인은 2루 베이스로 돌아가려다 갑작스런 유창식의 2루 송구를 틈타 다시 3루로 움직이며 시간을 벌었고 그 사이 타자 주자 김상수가 2루까지 밟았다. 유창식이 손주인을 그대로 몰아붙였다면 김상수를 1루로 묶어둘 수 있었지만 런다운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후속 배영섭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스코어가 벌어졌다.
한화는 올 시즌 유독 런다운 플레이에서 실책이 나오는 등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9일 대전 넥센전 마일영의 송구 실책도 3루 주자를 몰아붙이는 런다운 과정에서 나왔다. 실책이 기록되지 않았을 뿐 런다운 플레이 중 불안불안한 장면이 자주 속출했다. 한대화 감독도 "앗뜨거 플레이"라고 할 정도로 서로 미루는 모습이 잦았다.
런다운 플레이 이후 박한이에게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맞고 쐐기를 점수를 내줬는데 이 과정도 썩 좋지 않았다. 좌익수 최진행이 펜스까지 굴러가는 타구를 커트해 중계 플레이한 2루수 백승룡에게 공을 넘겼다. 그러나 백승룡이 2루를 한 번 바라본 사이 홈에서 승부할 타이밍을 놓쳤다. 이미 타자 주자 박한이가 2루 베이스에 근접했고, 2루 주자 배영섭과는 홈 승부가 가능했다. 곧바로 홈으로 던지지 않고 주춤하는 바람에 승부도 못 해보고 쐐기점을 내줬다. 작은 차이에서 승부가 갈린 것이다.
이날 패배로 20승33패1무로 승률 3할7푼7리가 된 한화는 1위 SK(29승22패1무)와 격차가 10경기로 벌어졌다. 그러나 지금 1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4위 롯데(27승24패2무)와도 8경기로 격차가 더 커졌다. 아직 시즌이 3개월 남아있지만 8경기 차이는 쉽게 좁힐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바로 윗 순위의 7위 KIA(22승27패2무)와도 4경기차로 떨어져 순위 싸움 시대에 나홀로 바닥에서 허덕이는 중이다.
마땅한 반전 카드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다. 류현진·송신영·바티스타가 부상과 부진으로 1군에 빠져있는 마운드는 당장 기대할 만한 대체 자원이 없고, 야수에서는 더 이상 추가 자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남은 자원으로 승부를 봐야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삼성에게 2승8패로 철저하게 밀리고 있는 가운데 주말에는 6전 전패를 당하고 있는 SK를 만난다. 개막 후 한 번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화이지만 여기서 더 떨어지면 4강은 정말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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