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LG 마운드의 해답은 봉중근(32)이었다.
올 시즌 마무리 투수로 전향한 봉중근이 LG 마무리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고 있다.
봉중근은 13일 잠실 SK전에서 13연속 세이브를 달성, 단 한 차례의 블론 세이브 없이 13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 부문 4위에 올랐다. 시즌 중 급박하게 마무리 투수 보직을 받았고,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를 밟은 지 이제 겨우 6주, 그것도 재활중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활약이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의 존재로 인해 LG는 2004년부터 작년까지 8년 동안 진행된 마무리 부재의 악몽에서 탈출했고 마지막까지 승리를 확신할 수 있게 됐다. 기록으로만 봐도 LG가 5월부터 지금까지 올린 20승 중 봉중근이 65%에 달하는 13경기에서 마지막을 장식했으니 그만큼 봉중근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봉중근은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는다. 여전히 재활 과정에 있기 때문에 연투가 불가능하고 마무리 투수에 맞는 컨디션 조절 방법도 이제 하나씩 터득하는 중이라고 강조한다. 좋은 성적을 올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자신은 초보 마무리 투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마무리 투수로서 내 자신에 대한 만족도는 50%정도다. 사실 세이브 숫자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냥 운이 좋아서 블론 세이브 없이 오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나는 그라운드 위에서 가장 긴장하고 있는 투수다. 선발투수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실패는 곧 패배’라는 생각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봉중근은 마무리 투수가 된 후 삼성 오승환, 넥센 손승락 등 다른 팀의 마무리 투수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했다. 등판 여부가 확실한 선발투수와는 달리 마무리 투수는 당일 경기 내용에 따라 등판 여부가 결정된다. 등판에 앞서 몸을 푸는 과정이나 방법도 선발투수와는 확연히 다르다.
“처음에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닥치는 대로 했었다. 예전부터 마무리 투수에 대한 존경심만 있었지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 자리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막상 마무리 투수가 되고 나서 당황했던 게 사실이다. 주위에서 많이 도와준 덕분에 이제 조금씩 마무리 투수에 맞게 몸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전까지 봉중근은 LG의 에이스 선발투수였다. 2007년 한국 무대로 복귀한 후 2008시즌부터 2010시즌까지 3연 연속 두 자릿수 승을 달성, 당시 에이스 부재에 시달리던 LG 마운드에 해답이 됐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WBC,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팀과 나라를 대표해 맹활약했다. 하지만 3년 연속 쉬지 않고 질주한 탓에 결국 몸에 이상이 생겼다. 지난해 6월 14일 봉중근은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수술과 재활이 결과적으로 마무리 투수로의 전환을 이끌었다.
“사실 올 시즌 목표는 시즌 중반 선발투수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시즌 중반까지를 재활과 적응기로 삼아 불펜에서 등판하고 한계 투구수나 체력을 향상시킨 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이 마무리 투수에 대한 꿈을 이룰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었다. 코치님과 상의했고 투수로서 커리어를 봐서도 좀 더 길게 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봉중근의 롤모델은 1993년부터 2003년까지 LG 유니폼을 입고 선발투수와 마무리 투수로서 마운드를 호령했던 이상훈이다. 봉중근은 이상훈을 보면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고 이상훈이 마무리 투수로서 마운드를 지키는 모습을 통해 마무리 투수의 매력을 느꼈다. 봉중근은 5월 5일 두산과 어린이날 클래식 매치에서 세이브를 달성한 후 “이상훈 선배만큼 잘하고 싶다”며 앞으로 특급 마무리 투수를 목표로 마운드에 오를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개인적으로 설정해 둔 목표 수치는 없다. 수술한지 막 1년이 지났고 금요일부터는 연투에 나선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끝까지 아프지 않고 올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 그리고 팀의 4강 포스트시즌 진출만을 바라보고 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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