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이닝에 웃고 운다.
한 이닝에 최소 3득점 이상 대량 득점을 올리는 것을 두고 이른바 '빅이닝'이라고 한다. 한 이닝에 3득점을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 6명의 타자가 나와야 하는데 그만큼 득점 확률이 높아지고, 상대하는 투수로서는 곤혹스런 경우가 많다. 아울러 수비 시간 길어진다. 빅이닝이 많을 수록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시즌 전 하위권으로 지목된 LG가 2위에 오르며 예상밖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에도 '빅이닝'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있다. LG는 올해 빅이닝이 무려 33회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한 이닝 5득점 이상도 9회로 최다. LG는 빅이닝을 한 27경기에서 16승10패1무로 높은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한 이닝 5득점 이상한 9경기에서는 6승1패. 지난 4월27일 사직 롯데전, 지난 10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한 경기에 2번이나 5득점 이상 빅이닝이 있었다.

LG 타선의 집중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번 터지면 상대가 쉽게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섭게 활활 타오른다. 지난 13일 잠실 SK전에서도 1-2로 뒤진 3회에만 LG는 안타 4개와 볼넷 2개 그리고 희생플라이 2개를 묶어 대거 6득점하며 승부를 갈랐다. 지난 10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7회에만 무려 9득점 폭발시키며 승리했다.
1990년대 LG의 신바람 야구가 그랬다. 한 번 폭발할 때 쉴새없이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올해도 득점권 타율만 놓고 보면 LG는 2할6푼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낮지만 득점이 필요할 때 확실하게 폭발하고 있다. 특히 33차례 빅이닝 중 16차례가 뒤지고 있을 때, 11차례가 동점일 때로 득점이 필요한 순간 몰아치기로 터졌다.
LG 다음으로는 삼성이 31회로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5득점 이상 빅이닝은 2회로 8개팀 중에서 가장 적었다. 이어 한화·넥센(28회)-두산(26회)-롯데(25회)-KIA(21회)-SK(21회) 순으로 빅이닝이 많았다. SK는 빅이닝이 가장 적었지만, 5득점 이상으로 기준을 높이면 LG(9회)-한화(8회) 다음이었다. SK는 5득점 이상 빅이닝 한 7경기에서 7승 무패로 전승했다.

반대로 빅이닝 실점이 가장 많은 팀은 어디였을까. 팀 평균자책점(4.91)이 가장 높은 한화가 예상대로 빅이닝 실점도 최다였다. 무려 38차례의 빅이닝 실점으로 무너졌다. 그 중에는 5실점 이상 대량 실점 경기도 10차례 포함돼 있다. 이 역시 8개 구단 중 가장 많다.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대량 실점으로 무너졌다는 뜻이다.
빅이닝을 허용한 26경기에서 한화는 4승21패1무에 그쳤다. 실제로 한화는 4점차 이상 역전패가 4패로 가장 많은데 하나같이 빅이닝 실점 경기들이었다. 투수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최소실점으로 버티는 힘이 떨어지다 보니 순식간에 경기 흐름을 내줬다. 빅이닝 실점이 많을수록 팀 전체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한화에 이어 두산(31회)-KIA·넥센(28회)-LG·롯데(24회)-SK(23회)-삼성(21회) 순으로 빅이닝 실점이 많았다. 5실점 이상으로 기준을 높이면 LG가 3회로 가장 적었다.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달라진 LG의 힘은 빅이닝에서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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