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LG와 SK의 올 시즌 5번째 맞대결이 열린 잠실구장. LG 서동욱(28)은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대타 정주현으로 교체됐다.
상대가 좌투수 정우람인 게 원인이었다. 스위치 타자인 서동욱은 올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한 우타석에서 타율 2할로 부진했다. 지난 시즌에도 서동욱은 우타자를 상대한 좌타석에서 타율 3할1푼1리를 기록했지만 우타석에선 9푼7리로 극심한 좌우 불균형 현상을 겪었다.
이날 LG는 정주현이 마지막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SK에 5-8로 패했다. 그리고 다음 날 LG 김기태 감독은 “서동욱이 오른 타석에서 스윙 스피드가 다소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서동욱을 빼고 정주현을 기용했었다”며 “서동욱이 그냥 좌타석에 들어서도 괜찮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삼켰다.

결국 서동욱을 변화를 택했다. 경기에 앞서 “사실 최근 들어 우타석보다 좌타석 때 밸런스가 더 낫다”면서 “그래서 오늘은 상대 선발이 좌투수지만 좌타석에 나가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동욱은 SK 좌투수 허준혁을 상대로 두 번 타석에 들어서 볼넷, 야수선택으로 두 번 출루했다. 첫 타석에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고른 게 인상적이었다. 배트 타이밍이 다소 늦어 정타가 아닌 파울이 나오긴 했지만 허준혁의 유인구를 모두 참아내며 좋은 선구안을 과시했다.
경기 후 서동욱은 첫 타석을 회상하면서 “좌투수를 상대로 좌타석에 서서 많이 낯설긴 했다. 그래도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았다”라며 “할 만 하다고 느꼈다. 김무관 타격코치님께서 우타석에 섰을 때 스윔 메커니즘이나 기록에서 많이 아쉬웠다고 하셨고 좌타자 전환을 추천하셨다. 앞으로는 상대 투수에 관계없이 좌타석에만 설 예정이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서동욱은 유격수와 중견수, 그리고 포수를 제외한 내외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며 팀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데 알토란 역할을 했었다. 데뷔 후 최다인 112경기에 출장했고 타율 2할6푼7리 홈런 7개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9년 만에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얻게 됐다. 올 시즌에는 전문 2루수로서 보다 안정적인 수비력을 뽐내고 있다.
수비 위치가 고정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당분간 스위치 타자를 포기하게 된 데에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시즌 전 서동욱운 “우타석에서도 잘 칠 자신이 있다. 절대 스위치 타자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서동욱은 팀을 위해서 자기 자신을 내려놓았다.
“스위치타자에 대한 미련은 남는다. 나 자신이 아닌 팀을 위해 뛰어야 한다. 좌타석에 서는 게 팀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 좌타석에서 좌투수의 공을 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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