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이 가장 짜릿한 순간으로 꼽는 게 바로 대타 작전이 성공했을 때다. 감독이 직접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대타 작전이다. 작전이 적중하면 그보다 더 짜릿할 수 없다.
올해 이 같은 짜릿함을 가장 많이 느껴본 사령탑은 LG 김기태 감독이었다. LG는 14일 현재 대타 타율 2할7푼3리로 가장 높다. 대타로 나온 타자들이 66타수 18안타에 볼넷도 17개, 몸에 맞는 볼도 1개씩 얻어냈다. 84차례 대타 작전 중 36차례가 성공했다. 대타성공률로 따지면 4할2푼9리로 절반에 가까운 높은 확률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잠실 SK전은 LG의 대타 작전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경기였다. 2-2 동점이 된 3회 무사 만루에서 대타로 작은 이병규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점을 만들어냈고, 뒤 이어 또 대타로 나온 윤요섭이 2타점 좌전적시타를 터뜨리며 달아나는 점수를 냈다. 3회부터 승부처로 판단, 과감하게 연속 대타 작전을 썼고 이게 절묘하게 적중했다.

LG는 이처럼 대타 작전으로 승기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 대타 작전으로 만든 결승타가 3개, 동점타가 1개나 된다. 작은 이병규는 지난 4월19일 청주 한화전에서 1-1로 맞선 연장 10회 대타로 나와 짜릿한 결승타를 작렬시켰고, 윤요섭은 지난달 31일 사직 롯데전에서 9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결승타를 터뜨렸다. 승부처에서 확실한 한 방을 보여준 것이다.
좌타자 작은 이병규는 대타로 3타수 2안타 2볼넷 2타점에 결승타 2개로 결정력을 발휘했다. 우타자 윤요섭은 대타로 나와 2루타 2개 포함 8타수 5안타 볼넷으로 대타 타율 6할2푼5리에 4타점으로 김기태 감독의 선택에 보답했다. 확실한 좌우 대타 요원이 자리하고 있다 보니 김기태 감독도 승부처에서 과감하게 기용할 수 있게 됐다. 달라진 LG의 힘이 대타 작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LG 다음으로는 이만수 감독이 이끄는 SK가 대타 타율 2할6푼2리로 뒤를 잇고 있다. SK의 특징은 대타 홈런이 3개로 가장 많다는 점. 지난 12일 잠실 LG전 역전극의 시작점도 8회 김강민의 대타 솔로 홈런이었다. 지난달 6일 문학 롯데전에서는 9회 조인성이 대타 끝내기 홈런을 쏘아올렸다. 김강민(1.000)·정근우(0.667)·박재상(0.600) 등 주축 선수들이 선발에서 빠졌다가 결정적일 때 대타로 나와 상대에 카운터펀치를 제대로 날렸다.
LG·SK가 돋보이는 가운데 두산도 대타 타율 2할3푼으로 뒤를 잇고 있다. 이성열이 대타로 10타수 4안타 3볼넷 2사구로 맹활약했다. 특히 8타점은 대타로 올린 최다 타점. 이어 삼성(0.206)-한화(0.200)-넥센(0.194)-KIA(0.192)-롯데(0.171) 순으로 대타 타율을 뒤따르고 있다. 사사구·희생타를 포함한 대타성공률로 따지면 KIA(0.432)-LG(0.429)-SK(0.367)-삼성(0.315)-두산(0.309)-한화(0.284)-롯데(0.277)-넥센(0.250) 순이다.
KIA의 경우에는 대타 기용 자체가 37차례로 가장 적어 아직은 수치의 오르내림이 크다. 지난해 대타 작전으로 큰 재미를 본 한화는 올해도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95차례의 대타 작전을 썼지만 대타 타율 5위, 성공률 6위에 그치고 있다. 특히 6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에서 대타 타율 1할9푼과 성공률 3할2푼으로 모두 7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3할1푼3리의 타율로 대타 최다 타점(13점)을 올린 이양기가 올해 대타로 11타수 2안타 타율 1할8푼2리 2타점에 그친 뒤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는 게 결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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