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너무 많았다".
스스로 부족했다고 느낀 최근이었다.
넥센 히어로즈의 4번타자 박병호(26)는 최근 팀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는 6월 들어 33타수 8안타 4타점으로 다른 때에 비해 부진했다. 찬스에서 여러 번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팀 성적도 공교롭게 3승5패로 좋지 않았다.

누구보다 성실한 박병호가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4번타자로서 풀타임 첫해를 맞고 있는 박병호는 올 시즌 "팀이 이기면 내가 못해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내가 못했을 때 팀이 지면 4번타자로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것 같아 팀에 미안하다"고 말해왔다.
그러던 그가 지난 13일 목동구장에 일찍 나타났다. 박병호는 오후 1시 40분쯤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37), 앤디 밴 헤켄(33)과 함께 15분 정도 가벼운 조깅을 했다. 경기 전 만난 그는 "최근 몸에 힘이 들어가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뛰었다. 용병 둘이 뛴다길래 같이 뛰었는데 좋았다"고 말했다.
러닝 효과였을까. 박병호는 이날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6월 들어 3번째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마지막 타점은 9회 1사 2루에서 터진 끝내기 결승타였다. 전날 13-0 대승의 서막을 알린 1회 결승타에 이은 연이틀 4번타자 활약.
박병호는 이날 2타점을 올려 공동 1위였던 강정호(46점)를 제치고 48타점으로 다시 타점 부문 단독 1위를 탈환했다. 경기 후 그는 "요즘 생각이 너무 많았다. 덜어내도록 하겠다. 끝낼 수 있게 안타를 치고 나간 (이)택근 형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짜릿한 끝내기 승리 후 박병호는 동료들에게 시원한 물벼락을 맞았다. 물을 뿌리며 달려오는 장기영(30)을 그대로 안았다. 박병호는 "그동안 팀에 미안했기 때문에 피하지 않고 물을 다 맞았다. 시원했다"며 웃었다. '끝내주고' 나서도 자신의 책임감을 느꼈던 그는 진정한 풀타임 4번타자로 거듭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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