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용감함을 보여주지.'
'차원이 남다른' SK 외야수 안치용(33)이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처럼 또 한 번 용감함을 발휘했다.
안치용은 지난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LG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이숭용 XTM 해설위원에게 불려갔다. 이 위원은 안치용을 붙들고 "그걸 말하면 어떡하냐"며 허탈하게 웃었고 안치용은 "사실인데 뭐 어떠냐"고 특유의 대수롭지 않은 능청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런 저런 농담 속에 밝혀진 사실은 일종의 징크스에 대한 것이었다. 이숭용 위원이 방송을 하는 날이면 SK가 한 번도 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말로는 9전전승이라고.
그런데 안치용은 전날(12일) 쐐기 투런포를 날려 팀에 승리를 안긴 후 방송에 대고 "이 위원이 해설을 맡았기 때문에 경기 전부터 이길 줄 알고 있었다"고 말한 것이다.
이 위원은 난처한 상황. 올해 해설가로 데뷔한 이 위원은 SK와 상대하는 팀에 본의 아니게 고개를 못들게 된 것이다. 선수 출신인 만큼 야구계가 징크스를 얼마나 중요시 여기는 잘 알고 있는 이 위원이었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해설위원이 특정팀의 승리와 직접 결부될 경우 난감할 때가 종종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SK 측에서는 환영받을 이 위원이다.
거꾸로 SK 덕아웃에서는 난리가 났다. 이호준은 "그걸 말하면 어떡하나"라면서 주위 취재진들에게 "절대로 기사로 써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 했다. 조인성도 진지하게 "어차피 깨지겠지만 차라리 그 때 써달라"고 부탁할 정도. 오직 안치용만이 "오늘도 이기겠다"고 의기양양 여유롭게 웃을 뿐이었다.
안치용은 또 이만수 감독 앞에서도 그 용감함을 다시 보였다. 이 감독이 안치용을 불러 "너 때문에 내가 웃는다"며 포옹하자 어깨를 누르며 토닥였다. 마치 감독과 선수가 뒤바뀐 모습.
이 감독을 볼 때마다 "차~암 못생겼다"고 노골적으로 말할 정도다. 그것도 툭 하면 반말. 마치 친구 대하듯 한다. 이 감독은 그저 웃을 뿐이다. "다른 선수들도 너처럼 내게 그렇게 행동하라고 전하라"는 이 감독의 말에 대한 대답은 더 걸작. "절대 못해! 나니까 하지!" 정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용감한 4차원' 안치용이다.
어쨌든 이날 SK는 6-10으로 완패, 이 위원의 전승가도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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