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사직' 오장훈, "여기까지 오는데 5년이나" 한숨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6.14 12: 40

"사직구장에서 1군 경기 하는 게 처음 목표였죠".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장훈(28)에게 사직구장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성남고-홍익대를 거쳐 2007년 롯데에 신고선수 신분으로 롯데에 입단한 오장훈은 2군에서 박정태 타격코치를 만나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다. 2009년 정식선수 계약을 맺은 오장훈은 그 해 1군 무대에서 6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출전선수 명단에 깜짝 이름을 올려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오장훈은 최초로 실시된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1차 지명을 받고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최준석이라는 1루 우타 경쟁자가 있었지만 당시 김진욱 감독은 "포지션 중첩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만일을 대비해 여러 선수를 갖추는 게 팀에는 도움"이라고 밝힌 바 있다.
2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오장훈은 최준석이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뒤 기회를 잡았다. 이미 퓨처스리그(타율 .339 6홈런 30타점 OPS 0.999)에선 적수가 없던 오장훈이었던 만큼 두산에 장타력을 더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리고 오장훈에게 기회가 온 것은 롯데와의 이번 3연전이다. 김 감독은 12일 경기에 오장훈을 선발 4번으로 기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롯데를 떠나 두산으로 향하며 "결국 내 인생의 목표였던 '사직구장 전광판 4번 타자 자리에 내 이름 석 자'를 지키지 못한 채 팀을 옮기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던 오장훈에겐 기쁨과 함께 씁쓸함이 동시에 찾아 온 순간이었다. 사직구장 전광판에 '오장훈'이라는 이름 석 자가 새겨졌지만, 그의 이름은 두산 라인업에 있었다.
4번으로 선발 출전했던 오장훈은 12일 3타수 1안타를 기록한 뒤 교체됐다. 6회 병살타가 아쉬울 뿐이었다. 그런 그를 김진욱 감독은 13일 경기엔 5번 타자로 선발 출전시키며 믿음을 보여줬다. 기회를 이어간 것이다.
13일 경기 전 만난 오장훈은 "여기까지(사직구장) 오는 데 5년이나 걸렸다"며 한 숨을 내쉬었다. 2008년 롯데에 입단한 뒤 처음으로 사직구장에서 1군 경기를 치른 것. 2009년 롯데 소속으로 3경기에 출전했지만 모두 원정 경기였다. 5년만에 다시 찾은 사직구장, 이제는 두산 소속이다.
오장훈은 "감독님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면서 "예전에는 무조건 힘으로만 돌렸다. 그래서 투나싱 되면 거의 삼진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2군에서 타격 코치님께서 '덩치도 좋은데 왜 힘으로만 맞추려 하나. 그냥 가볍게 맞추는 데만 주력해도 타구는 멀리 갈 것'이라는 조언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오늘은 제발 감독님이 믿어 주신만큼 뭔가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배팅 케이지로 향한 오장훈의 등에선 비장함까지 보였다. 하지만 13일 경기에선 삼진 2개 포함 4타수 무안타로 침묵을 지켰다. 어렵게 찾아온 기회, 오장훈이 사직 3연전 마지막 날 본인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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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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