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생리주기 다이어트’가 여성들 사이 화제였다. 실제로 생리주기를 고려하여 다이어트를 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체중감량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피부’ 역시도 생리주기에 맞춰 관리하면 보다 효과적이 될 수 있을까.
생리 주기에 따라 피부 상태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생리 중에는 호르몬 균형이 깨져있는 상태다. 피부의 저항력은 약해진다. 따라서 피부가 푸석푸석하다. 하지만 생리가 끝난 다음에는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늘어난다.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혈색도 좋아진다. 배란기 이후에는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서 각질층이 늘어난다. 생리 일주일 전부터는 프로게스테론이 늘면서 피지 분비가 늘어나고 얼굴이 붓거나 트러블이 생긴다.
이처럼 여성의 신체는 생리주기에 따라 규칙적인 리듬이 있다. 이를 ‘생체 리듬’이라 표현한다. 크게는 월 단위에서 작게는 일일 단위로 나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의 저자 구희연은 이 사실을 콕 집어 화장품 도움 없이도 피부 스스로가 건강해질 수 있는 비결을 담았다. ‘21일간의 피부기적’은 의약식품대학원을 졸업하고 화장품 회사들에 근무하며 몸소 깨달은 구희연의 두 번째 도발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생리가 시작되기 2일전부터 생리 첫날까지가 피부 안식일로 가장 적합하므로 생리 시작 이틀 전부터 21일간의 피부기적 프로젝트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피부기적 프로젝트의 가장 첫 단계는 ‘피부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기’다. 특히 피부 안식일에는 박피, 레이저 시술, 마사지, 홈 케어는 물론이고 여러 민간요법도 모두 중단하고 그냥 쉬라고 한다.
하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스킨과 로션을 기본으로 성인이 된 이후로는 보통 하루에 10개 이상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저자의 ‘화장품 금지령’은 다소 생소하게 여겨지기 마련. 심지어 기자는 워낙에 화장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터라 그 사이 피부가 상할까 심각하게 우려됐다.
기자처럼 화장품 중독 증세로 세수 후에 바로 화장대로 달려가지 않으면 불안한 이들을 위해 저자는 주장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봄에는 개나리가 꽃을 피우고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모든 생명체에는 생체시계가 있다. 피부 역시 마찬가지.
그러고 보니 우리가 넘어지거나 다쳐서 생긴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딱지가 생기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면서 치유된다. 저자의 말처럼 피부는 자체의 재생력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기자는 생각했다. 화장품은 감기약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감기약은 면역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지만, 정작 감기바이러스를 제거하지는 않는다. 감기가 완치되려면 우선으로 행해야 하는 것은 ‘충분한 휴식’.
온갖 기능성 화장품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화장품에 의존하기보다는 피부의 재생 시스템을 믿어보자는 저자의 주장은 ‘바위에 달걀 치기’ 같을 수 있겠다. 그럼에도 이 책에 자꾸 눈길이 가는 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을 고치고자 힘쓰는 저자의 오롯한 방식이 믿음직스럽기 때문이다. 흙마당 펴냄. 231쪽. 1만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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