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첫사랑과 팜므파탈의 아이콘이 바뀌었다.
배우 정우성이 1997년 영화 ‘비트’, 1998년 ‘태양은 없다’로 아직까지도 ‘청춘의 아이콘’이라고, 가수 이효리와 배우 겸 가수 엄정화가 가요계 ‘섹시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아이콘이란 쉽사리 잘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이자 배우 수지와 관록의 중견배우 윤여정이 지금까지 첫사랑과 팜므파탈이라고 불리던 여배우들을 밀어내고 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수지는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명실공히 모든 남성에게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 어딜 가나 ‘국민 첫사랑’으로 칭송받고 있다.
극 중 20살의 서연(한가인 분)을 연기한 수지는 90년대의 전형적인 첫사랑 이미지를 완벽하게 갖췄다. 음대생에 긴 생머리, 청순한 얼굴로 풋풋한 매력을 선보였다. 과거 첫사랑의 아이콘이라 불리던 배우 김지수, 박주미와 비슷한 모습이다.
그러나 2012년 첫사랑 수지가 더 매력적인 이유는 도도하면서도 털털한 성격 때문이다. 마냥 얌전하고 조용할 것 같은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첫사랑의 성격이지만 수지는 그러한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고 조금은 까칠함이 가미된 첫사랑을 보여줬다.
팜므파탈의 아이콘은 영화 ‘돈의 맛’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한 윤여정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66세인 윤여정은 그간 다양한 연기 행보를 보이며 대부분 드라마에서 수수한 옷을 입은 시어머니 역할을 소화했지만 ‘돈의 맛’에서는 달랐다.
극 중 돈을 지키기 위해 어떤 짓도 서슴지 않는 피도 눈물도 없는 백금옥 역으로 팜므파탈의 연기를 펼친 윤여정은 진한 화장에 고혹적인 드레스, 31살 차이가 나는 김강우와 농도 짙은 정사신을 선보이기도 했다. 1971년 드라마 ‘장희빈’으로 한국의 팜므파탈이라고 불렸던 윤여정의 재탄생이었다.
윤여정은 백음옥을 “대한민국에 있는 캐릭터 중 최고의 악역”이라고 평했을 정도로 표독스러운 여자의 모습을 표현, 신(新)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젊은 여배우들을 제치고 최고의 연기 변신에 성공한 여배우라는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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