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는 단순히 공만 던지는 선수가 아니다. 상대의 번트 때는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야 하며 1루수의 다이빙캐치 등으로 베이스가 비었을 때는 타자주자를 잡기 위해 베이스커버에 빠르게 나서야 한다. 두산 베어스가 양의지의 투런 덕택에 간신히 승리하기는 했으나 투수들의 수비 미숙으로 패배 위기까지 몰리는 경기를 펼쳤다.
두산은 14일 사직 롯데전서 9회 2사에서 터진 양의지의 결승 투런으로 8-7 케네디스코어 승리를 거두며 원정 롯데 3연전을 2승 1패 우세로 마쳤다. 이기기는 했으나 이날 경기는 선발 김승회와 필승 계투 홍상삼의 수비 실수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며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첫 장면은 4회말이었다. 1사 후 박준서의 타구는 1루수 오장훈의 수비에 막혀 땅볼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오장훈이 공을 건네주려는 순간 1루 베이스에는 수비수가 없었다. 투수 김승회가 뒤늦게 베이스에 도달했으나 이미 타자주자 박준서는 출루에 성공한 순간이다.

결국 롯데는 이에 편승해 정보명의 중전 안타에 이은 대타 이승화의 1타점 우익수 방면 2루타와 전준우의 희생플라이로 5-5 동점에 성공했다. 양 팀이 장군과 멍군을 주고 받으며 6-6이 된 순간 결국 두 번째 투수 수비 실수로 일이 벌어졌다.
두 번째 투수 김강률의 제구난으로 전준우가 볼넷, 김주찬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무사 1,2루가 된 순간. 셋업맨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홍상삼이 들어섰고 타석의 손아섭은 번트 모션을 취했다. 누상의 주자들이 모두 발 빠른 선수들인 만큼 타자주자 손아섭을 처리하는 쪽이 가장 좋았다.
그러나 홍상삼은 3루 쪽을 한 번 뒤돌아본 뒤 그 이후에야 1루로 송구했다. 손아섭이 번트를 잘 만들어냈고 발이 느리지 않은 왼손 타자였음을 감안하면 주저 없이 1루로 던지는 편이 나았으나 홍상삼이 뒤를 돌아보는 사이 1사 2,3루가 될 수 있던 순간이 무사 만루가 되고 말았다. 홍상삼은 투구로 분명 선방했으나 손아섭의 번트를 안타로 만들어준 것은 분명 실책성 수비였다.
투수는 '제5의 내야수'로 평가받는다. 특히나 공격진의 전략이 다양화되는 만큼 내야수들이 베이스를 비웠을 때 재빨리 백업에 나서거나 빠른 판단력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것도 투수의 능력이다. 두산의 6월 14일 경기는 투수 수비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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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