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속 30승 고지를 먼저 밟으며 '상승(常勝)팀'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지난 4년 간 30승 선착과 함께 '징검다리 우승' 행보를 밟은 SK 와이번스가 올 시즌에는 그 공식을 이어갈 수 있을까.
SK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LG와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김광현의 철벽투 속에 2-0으로 승리,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이날 승리로 SK는 시즌 30승(22패 1무, 14일 현재)째를 거두고 8개 구단 중 가장 먼저 30승 고지를 밟았다. 2위 LG와의 승차는 2.5게임 차다.
시즌 30승 선착은 SK에게 최근 5년 간 굉장히 익숙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8시즌 이후 SK는 다른 이들의 추격을 뒤로 하고 가장 먼저 30승 깃발을 뽑아갔기 때문이다. 2008년 5월 21일 SK는 30승 13패(승률 6할9푼8리)의 독보적 성적으로 43경기 만에 30승을 거뒀고 2009년 5월 31일에도 30승 4무 14패(승률 6할) 50경기 랩타임을 기록했다.

2010년 5월 20일 SK는 30승 12패 승률 7할1푼4리로 창단 이래 가장 독보적 페이스를 보여주며 30승 선착에 성공했다. SK가 지난해 30승을 가장 먼저 기록한 시기는 6월 7일 30승 20패 50경기 만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 해 SK의 시즌 성적이었다.
2008년 SK는 페넌트레이스 83승 43패 승률 6할5푼9리로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이듬해 SK는 시즌 중후반부터 김광현-전병두에 주전 포수 박경완까지 부상 이탈하는 악재 속에서도 80승 6무 47패(승률 6할2리)에 한국시리즈 3승 4패 준우승을 기록했다. 무승부=패배가 아니었다면 승률 6할3푼으로 한국시리즈 직행에 성공했을 SK다.
2010시즌 84승 2무 47패로 페넌트레이스 제패에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를 4연승 스윕하며 창단 세 번째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SK는 지난 시즌 김성근 감독의 중도퇴임 및 주전 선수들의 릴레이 부상 공백에도 71승 3무 59패(승률 5할4푼6리)로 페넌트레이스 3위를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준우승했다. 우승-준우승-우승-준우승으로 최종 순위는 1-2-1-2. 마치 수열을 보는 듯한 SK의 성적이다.
시점을 다시 현재로 돌려보자. SK는 2012시즌 전적 30승 1무 22패로 승률 5할7푼7리를 기록 중이다. 5년 간 30승 선착 기록을 달성했던 시점에서 가장 승률이 낮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선두를 달리면서 4위 팀과 1.5~2경기 차 살얼음 구도에서 선두 자리를 지켰던 SK다. 그래도 지금은 2위 LG(28승 1무 25패)와 2경기 반 차로 약간 한숨을 돌리는 중이지만 6할 턱걸이로 30승 고지를 밟았던 2009, 2011시즌 결국 SK는 통합 우승에 실패했다. 기록으로 봤을 때 아직 안심하기 힘들다.
그 와중에서도 긍정 요소는 있다. 바로 30승 선착에 공헌한 선발승 투수가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라는 점. 김광현은 지난 시즌 투구 밸런스 붕괴 등 악조건으로 4승에 그쳤으나 2008~2010시즌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간판스타가 된 에이스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적합한 밸런스 등을 찾기 위해 재활 과정을 거쳤던 김광현이 지금은 선발 3경기서 모두 승리를 거뒀고 팀의 30승 째는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6이닝 무실점) 승리였다.
김광현의 복귀는 단순한 선수 한 명의 가세가 아니다. 연패 때는 이를 끊어줄 수 있고 연승 때 더 큰 바람몰이를 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에이스의 가세를 통해 선수단이 느끼는 동기 부여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징검다리 우승' 수열의 긍정 요소 중 하나다.
또한 2007년부터 매년 이기는 경기에 더 익숙했고 큰 경기에 강했던 선수들이 속속들이 선수단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은 공식 성립 여부에 있어 호재다. SK는 8개 구단을 통틀어 봐도 지난 시즌 우승팀인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우승이라는 기억을 가장 선명하게 새겨둔 팀이다.
야구는 기록으로도 복기가 가능하다. 그 기록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규칙성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사실. 5년 연속 30승 선착 속 징검다리 우승 행보의 길을 걸어온 SK가 이번에도 그 규칙성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팀의 상승세나 갑작스러운 돌발 변수에 수열을 흐트러뜨릴 것인지 여부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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