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동기' 최주환의 값진 만루포, 진가 드러내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6.15 06: 21

비록 팀이 경기 중반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데뷔 첫 만루홈런은 빛을 잃었다. 그러나 입단 후 6년 넘게 빛을 못 보던 유망주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프로 7년차 내야수 최주환(24, 두산 베어스)의 1군 무대 첫 홈런은 단순한 1홈런의 의미가 아니었다.
최주환은 14일 사직 롯데전에 1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0-3으로 뒤지고 있던 2회초 1사 만루서 상대 선발 진명호의 2구 째 한복판으로 몰린 직구(140km)를 그대로 당겨 우월 역전 만루홈런으로 연결했다. 비록 팀이 4회 2실점으로 5-5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스포트라이트가 사라졌으나 그의 프로 생활을 되돌아보면 대단히 값진 하루였다. 팀이 양의지의 역전 결승 투런포로 8-7 승리를 거둔 데는 최주환의 만루포도 밑거름이 되었다.
2006년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2차 6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최주환은 2005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4강 대만전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던 주역이다. 고교 시절부터 수비력과 주루 능력은 저평가되었으나 타격 능력 하나만큼은 일품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입단 동기는 김현수(신고선수), 민병헌(경찰청, 2차 2라운드), 양의지(2차 8라운드) 등이다. 김현수와 민병헌은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한솥밥을 먹은 동기생이다.

2009년 말 상무 입대할 때까지 최주환은 1군 무대서 28경기 출장에 그쳤다. 좋은 공격력을 갖췄으나 기존 1군 2루수들의 벽을 뚫기에는 수비력이 모자란 편이었고 1군에 오르면 제 장점을 확실히 뽐내지 못했다. 박종훈 전 LG 감독은 두산 2군 감독 재임 시 "타격에 있어서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선수"라고 극찬했으나 이전까지는 수비력이 발목을 잡았다.
김진욱 현 감독이 기억하는 군 미필 시절 최주환은 '예전에는 펑고를 받을 때도 풋워크나 포구 자세가 불안했던 선수'였다. 그러나 2009년 말 상무 입대 후 최주환은 달라졌다. 2010시즌 최주환은 유격수로 자주 출장하며 100경기 3할8푼2리 24홈런 97타점 15도루를 기록하며 타점-도루를 제외한 2군 타격 6관왕에 올랐다. 발 부상이 없었더라면 퓨처스리그 최초의 20홈런-20도루도 가능했던 페이스였다.
지난 시즌 최주환은 무릎 부상 등으로 고전하면서도 3할3푼6리 9홈런 70타점으로 상무 중심타선을 지켰다. 올 시즌 후발주자로서 1군 기회를 노리던 최주환은 최근 들어 3루수 1번 타자로 자주 출장 중이다. 번뜩이는 컨택 능력과 허투루 보기 힘든 파워 배팅은 물론 수비 능력도 향상되고 있다. 데뷔 당시 100m 13초대 중반에 불과했던 주력도 어느새 12초 대 중반으로 제법 빨라졌다. 도루 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2베이스 주루 시 탄력도 좋다.
경기 후 최주환은 "맞는 순간 넘어가는 줄 알아 치는 순간 기뻤다. 이런 활약 처음이었는데 팀이 이겨 잊을 수 없는 경기가 될 것 같다"라며 감격했다. 평소에도 최주환은 자신의 기량 성장을 뿌듯해하고 그만큼 열심히 훈련하며 즐거움을 찾는 긍정적 선수다. 김민호 수비 코치는 "정말 야구에 미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기는 선수"라며 높이 평가했다.
야구를 즐기는 선수라는 이야기. 동기생 김현수가 부단한 연습량과 비디오 분석 등을 통해 제 기량을 쌓으며 중심타자로 우뚝 서던 장면이 떠올랐다. 성실함은 물론이고 가와사키 무네노리(시애틀), 아오키 노리치카(밀워키) 등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며 제 장점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던 최주환은 값진 만루포로 세상 앞에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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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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