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바티스타가 살아나야 한다.
한화가 연일 외국인선수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체 외국인 투수 션 헨이 지난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구원으로 나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안타 5개를 맞고 5실점하며 무너진 것이다. 션 헨을 선발 또는 마무리로 염두에 뒀지만, 이날 등판만 놓고 보면 어느 쪽으로도 통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
결국 데니 바티스타(32)에게 다시 시선이 모아진다. 마침 이날 바티스타는 2군 퓨처스리그에서 인상적인 피칭으로 주목받았다. 청주구장에서 LG 2군을 상대로 선발등판, 5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선발승을 거둔 것이다. 5회까지 투구수도 58개밖에 되지 않았는데 스트라이크 38개, 볼 20개로 좋았다. 직구 최고 구속 154km, 평균 구속 148km로 볼 스피드는 변함없이 빨랐다.

바티스타는 올해 23경기에서 1승3패7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6.43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21이닝 동안 볼넷 26개를 내준 제구가 문제였다. 결국 지난 11일 한국 데뷔 후 처음 2군에 내려갔다. 한대화 감독은 "2군에서 볼을 많이 던져보며 제구를 가다듬으라는 의미"라고 바티스타의 2군행을 설명했다. 벤치의 기대대로 바티스타는 이날 선발로 던지며 컨트롤을 잡아나갔다.
이날 바티스타의 피칭을 직접 지켜본 송진우 한화 2군 투수코치는 "원래 투구수 60개를 던지기로 했는데 5이닝으로 막을 만큼 컨트롤이 잘 됐다. 상대가 2군 타자들이었다고 해도 투구내용이 괜찮았다"고 평가한 뒤 "경기 전 80% 힘으로 던지자고 이야기했다. 본인도 힘을 빼고 던지는데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바티스타도 "80% 컨디션으로 던졌다. 1군 있을 때보다 전체적으로 컨트롤이 괜찮았던 것 같다"고 스스로 만족스러워했다.
2군에 내려가있지만 바티스타는 누구보다 성실한 자세로 훈련에 힘하며 1군 복귀날을 기다리고 있다. 송진우 코치는 "바티스타가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다"며 "작년에 좋은 볼을 던졌던 투수다. 그러나 올해는 자꾸 안 되다 보니 심적으로 부담감이 많아 보인다. 제구 안 되는 투수는 한국 타자들에게 혼날 수밖에 없다. 바티스타도 이를 잘 알고 열심히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근황을 전했다.
바티스타는 다음주 다시 한 번 퓨처스리그에서 선발등판할 계획을 잡고 있다. 다음에는 투구수를 80개 정도로 늘려볼 계획. 선발 전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바티스타는 콜로라도 소속이었던 지난 2007년 9월13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전에서 선발로 나온 게 마지막 선발등판. 당시에도 2이닝만 던진 임시 선발이었다. 송진우 코치는 "다음 경기를 던져봐야 윤곽이 나오게될 것"이라며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선발이든 구원이든 선발 수업을 통해 바티스타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게 한화로서는 희망적이다. 그가 1군에 올라오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티스타는 "100% 컨디션이 되면 다시 한 번 1군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바티스타는 오는 21일 대전 LG전부터 1군 재등록이 가능하다. 과연 바티스타가 한화의 구원자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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